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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주의 수묵화운동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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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민중의 함성이 외연상으로는 어느 정도 가라앉은 1990년대, 미술계에는 지난 10여 년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새로운 미술운동이 일었다. 작금의 현실을 대변하는 ‘현실주의 수묵화’운동이다. 전통적 회화 매체인 수묵이 1980년대 민중미술운동의 여파 속에 ‘수묵화 운동’으로 대두된 것이다. 80년대 이후 형식적이나마 사회분위기가 변화되면서 민중운동의 성격에도 변화가 요구되었다. 실상은 어찌되었건 국민투표에 의해 대통령이 선출되었고, 88올림픽을 치루며 국민의 자부심도 커지면서 판화나 걸개그림의 직설적이며 강렬한 표현은 점차 역효과를 내기도 하였다. 사회와 현실을 비판하는 데도 한 단계 고양된 수단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현실주의 수묵화는 동양화의 형식실험이 중심을 이루었던 60년대 수묵화운동의 한계를 딛고 수묵에 80년대 현실을 담음으로써 수묵의 내재된 힘과 주제의 역사성을 동시에 얻게 되었다. 현실주의 수묵화 운동은 1940‧50년대 중국에서 성공한 수묵화운동과 유사한 면이 있다. 쉬뻬이홍(徐悲鴻)이나 린펑미엔(林風眠)을 비롯한 중국의 수묵화가들은 음영법(陰影法), 용묵(用墨), 구도(構圖)에 있어서 동‧서 회화를 접합하여 수묵 리얼리즘을 구체화함으로써 신중국화 운동을 선도했다. 이들이 활동하던 당시 중국도 바로 이전 1930년대에 루쉰(魯迅)을 중심으로 목판화운동을 거쳤고, 목판화운동에서 얻어진 현실인식과 창작에너지가 자국의 전통회화인 수묵화의 새로운 변모에도 작용하였다는 점이다. 홍성민, <몸살>, 1986년 1980년대 후반부터 일기 시작한 광주에서의 현실주의 수묵화운동은 민중미술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수묵이라는 절제된 표현 속에 내재된 강렬한 힘을 바탕으로 전개된 미술운동이었다. 홍성민의 <몸살>(1986)과 박문종의 <어머니>(1988) 등은 90년대 전개된 현실주의 수묵화운동의 단초를 연 작품들이다. 1983년 ‘오월시’ 동인들의 ‘오월시 판화전’에 참여하며 80년대 판화 운동을 이끌어가던 광주의 김경주는 80년대 후반부터 작품의 방향을 수묵으로 대체하기 시작했고, 1991년 인재미술관에서 가진 전시회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현실주의 수묵’을 표방하였다. 김경주가 수묵화로 전환한 것과 비슷한 시기 서울에서는 김호석에 의해 현실주의 수묵화운동이 꽃을 피웠다. 그는 능숙한 필묵법으로 역사와 현실 인식을 김호석, <항거-도산 안창호 상>, 1988년 화폭에 담아갔다. 1988년 <항거> 시리즈를 통해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지곡서당 청명 선생님의 초상화에서부터 소박한 미나리꽝 아저씨 모습까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내었다. 이후 성철스님의 생전모습에서 열반 후 다비식 행렬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인간적인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어 수묵의 강한 힘을 보여주었다.  
 
이선옥, <분노의 화폭>,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43-145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43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