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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하 역사화 ≪민족해방운동사≫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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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29선언’을 받아낸 후 사회변혁운동이 박차를 가하면서 남북문제는 문화운동 부문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재북 문예인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북한문학 및 미술작품이 광범위하게 소개되었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민족민중미술연합회 건설준비위원회는 ‘제13차 평양세계청년학생축전’에 작품을 출품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전국 각 지역의 학생미술연합과 연대하여 한국 근현대사를 민족해방운동의 관점에서 대하 역사물로 집단 창작한 걸개그림이 ≪민족해방운동사≫이다. ≪민족해방운동사≫는 걸개그림이 갖는 대중정서 표출과 결집기능을 활용한 우리미술 사상 초유의 대작이다. 가시적으로도 세로 2.6미터, 가로 77m의 초대형 작품일 뿐만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를 11폭에 나누어 각 폭을 전국 각 지역별로 구성된 미술창작단이 맡아 제작한 전무후무한 작품이다. 작품 제작에는 총 200여명의 미술인이 동원되었고, 사전 준비과정을 거쳐 1989년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의 제작기간이 소요되었다. 총 11폭으로 이루어진 ≪민족해방운동사≫는 제1폭 <갑오농민전쟁>에서부터 제2폭 <3‧1민족해방운동>, 제3폭 <항일무장투쟁>, 제4폭 <해방- 대구 10월>, 제5폭 <4‧3, 여순, 거창, 한국전쟁>, 제6폭 <반공정권, 4월혁명, 군사독재>, 제7폭 <민주화운동-부마항쟁>, 제8폭 <광주민중항쟁>, 제9폭 <민중생존권투쟁-6월 항쟁>, 제10폭 <7‧8월 노동자대투쟁-조국통일촉진운동>, 제11폭 <민족자주화운동> 등으로 근대 100여 년 동안 있었던 우리 민족의 주요 역사적 사건을 담았다. 우리 근대사는 억압과 수탈, 그에 대한 저항의 역사였고 이를 그린 ≪민족해방운동사≫에는 우리 민족의 슬픔과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민족해방운동사≫는 여러 정치‧사회적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민중들이 가장 지키고자 했고 그럼으로써 가장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은 ‘생존권 침탈’과 ‘민족 자주권 침탈’에 대한 분노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1980년대 학생운동의 담론이 미국과 일본에 대한 경제적 예속을 비판함과 동시에 새롭게 대두한 감정적 반미를 주요 내용으로 하였던 것과 같은 맥락에 있었다. ≪민족해방운동사≫ 중 <갑오농민전쟁>, 1989년 쌀을 달라! ≪민족해방운동사≫ 중 <갑오농민전쟁> 부분, 1989년 각 시기마다 당시의 민중들이 생업을 접어둔 채 투쟁에 나선 가장 근본적인 동기는 박탈된 민중의 생존권을 되찾고자 하는 것이었다. 민중들의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식량 즉 밥이다. 전근대나 근대기에는 식량인 쌀 수탈이나 농토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농민들의 투쟁이, 산업화가 이루어진 현대에 와서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문제가 가장 절실하면서도 적극적으로 그려졌다. 제1폭 <갑오농민전쟁>에서 생존권을 지키려는 농민들의 모습은 죽창을 든 농민군 뿐 아니라 창을 들이댄 관군에게 쌀가마니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부녀자들의 모습으로도 그려져 있다. 유사한 모습은 제2폭 <3‧1민족해방운동>에서도 일본군들이 빼앗은 쌀가마니를 가득 쌓아놓은 옆에서 백성들은 “쌀을 달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나라의 주권을 찾고자 하는 독립만세운동을 다룬 폭이지만 백성들에게 있어서 식량을 빼앗기는 문제는 그 어떤 정치적 구호보다 중대한 문제였다. 이후 이어지는 민중투쟁의 곳곳에 농업생산의 기반인 농토문제와 함께 수입개방 압력에 항거하는 농민들의 모습은 빠지지 않는다. 산업화가 시작된 60년대 이후의 상황에는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이 함께 그려져 있다. 일자리를 보장받고, 또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핵심을 이룬다. 70년대 <민주화운동-부마항쟁>을 그린 제7폭에서는 1970년 11월 13일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를 가장 핵심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전태일 분신사건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비롯한 ≪민족해방운동사≫ 중 <민주화운동-부마항쟁> 부분, 1989년 민중의 제반 권리를 사회 전면에 부각시켰고, 이후 결성된 청계피복노조는 1970년대 몇 안 되는 민주노조의 하나로서 1970년대 사회운동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선옥, <분노의 화폭>,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38-141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38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