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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리얼리즘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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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군사독재의 폭압적인 상황에서 민중의식을 토대로 민중의 삶과 애환을 그려나가기에 가장 적절한 매체는 판화였다. 80년대 판화는 바로 그 시대와 닮아있었다. 시인 황지우는 한 전시 평에서 80년대 판화의 역할을 “그 할 말이 너무너무 많았던 세상, 그렇지만 말을 할 수 없게 했던 세상에 대해 판화는 꾹꾹 찍는 비극적 정지감을 통해 발언했으며, 발언 자체가 저항이 되었다.”고 표현하였다. 이화, <울부짖으라 중국이여>, 1935년 민중판화운동은 ‘군사 정권 타도’와 ‘민주정부 수립’이라는 대명제 속에서 민족미술협의회의 판화가들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전개되었다. 초기에는 내용면에서 혁명적인 내용을 담았던 멕시코를 비롯한 제3세계 민중판화와 1930년대 중국에서 루쉰(魯迅), 장망(張望), 이화(李樺)가 주도했던 신흥목판화운동에서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차츰 이를 우리나라 전통판화 양식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고민과 노력을 통해 발전시켜 나갔다. 80년대 민중판화는 서울의 오윤, 이상국, 김봉준, 홍선웅, 이철수, 광주의 홍성담, 김경주, 조진호 등에 의해 부각되었다. 민중판화의 선구적 인물은 오윤(1946~1986)이다. 그는 일찍이 미술의 현실발언에 관심을 가졌고, 대학시절부터 멕시코의 벽화와 민중판화에 매료되어 있었다. 이후 이어지는 그의 이력도 대부분 당대의 민중의 삶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작업들이었다. 오윤, <할머니>, 1983년 오윤의 민중판화는 인간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단순 명쾌하게 정리해 내는 각선으로 민족미술 양식의 한 전형을 대표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그가 감탄해 마지않았던 김홍도 풍속화에서 보여준 주제의 특징을 요약하여 제시하는 단순하면서도 선명한 묘사에 힘입은바 컸다. 오윤은 그만의 분명한 특징으로 삽화와 표지화를 비롯하여 정치적 민주화운동 및 투쟁을 지원한 포스터와 대형 걸개그림 제작에 적극 참여하였다. 오윤 판화작품 중 하나인 <할머니>는 육각형 얼굴형에 단순화된 인체 표현 등에서 오윤 인물상 특유의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방바닥을 치듯 주먹 쥔 손을 바닥에 대고 얼굴은 정면을 향해 외치는 듯한 표정은 세상을 향해 꾸짖는 한 시대 어른의 모습이다. 그는 춤과 소리꾼 같은 민중연희에서 많은 소재를 끄집어내어 표현하곤 하였다. 그의 작품 중 <북>, <징소리> 등은 일견 연희의 한 장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을 일깨우며, 민중적 정서를 환기하는 큰 울림을 표현한 오윤, <칼노래>, 1985년 것이라 볼 수 있다. 홍성담, <칼춤>, 1985년 칼춤을 추고 있는 사내를 그린 <칼노래>는 보다 적극적으로 민중들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어리석고(癡), 그릇되고(邪), 더러운(汚) 것들을 단칼에 베어 버리고, 가난과 차별이 없는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칼노래>에서 볼 수 있는 사각의 화면 안에 칼을 들고 춤을 추는 인물을 배치한 역동적인 구성은 이후 홍성담의 <칼춤>이나 <낫춤>, <깃발춤> 등으로 이어지면서 민중들의 분노표현의 한 소재로 종종 활용되었다.  
 
이선옥, <분노의 화폭>,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30-132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30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