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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의 열망을 담은 그림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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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명하던 반상의 차별이 점차 와해되어 가고 민중들이 조금씩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을 때, 이들의 삶이 그림이 되었고, 이들도 즐길 수 있는 그림이 출현하였다. 조선 후기 풍속화와 민화가 그것이다. 그로부터 250여년이 지나 1980년을 전후한 시기 민중들의 사회변화에 대한 열망은 새로운 미술형식에 담겨 나타났다. 이른바 ‘민중미술’이다. 사회변혁을 향한 민중들의 열망은 폭발적이었다. 1960‧70년대에도 꾸준히 있었지만,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을 겪고 난 후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는 사회를 변화‧발전시켜내고자 하는 변혁운동이 활발히 일어났다. 이는 미술 분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역으로 미술은 민중의 열망을 담아 전달하는 매체로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단순하게는 대자보나 플래카드에서부터 벽화, 판화, 집회 장소에 걸린 대형 걸개그림들이 민의를 대변하였다. 1980년 이전 군사정권의 폭압에 대항하는 미술인들의 움직임은 1979년 ‘현실과 발언’에 의해서 촉발되었다. ‘현실과 발언’의 결성은 그동안 사회현실과는 무관하게 예술을 위한 예술에 안주해 있던 화단의 풍토에 적지 않은 자극을 주었고 이후 전개되는 80년대 미술운동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80년 5월을 계기로 그동안 감춰진 사실이 드러나고 투쟁대상이 가시화됨에 따라 기존의 소극적 연대관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조직화하였다. 미술운동이 사회변혁을 위해 한 몫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80년대 이후 미술계는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각종 미술단체들이 신설되었고, 이들을 중심으로 5월의 현장과 이를 둘러싼 각종 정치적 사회적 문제, 그리고 이에서 더 나아가 서민, 장애인들에 대한 소외문제까지 사회 곳곳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각종 판화와 걸개그림들이 제작되었다. 80년대 작가들이 택한 저마다 다른 소재와 형식은 개개인 삶의 희로애락에서부터 역사적 문제까지 주제의 폭도 넓을 뿐 아니라 표현양상도 다양하다. 또한 각 매체들은 각각의 특성에 따라 표현내용과 효과에도 차이가 있었다. 판화는 대량복제가 가능하고 단순화된 흑백의 강한 형상과 선 등을 장점으로 각종 전단과 책표지, 포스터 등의 출판물을 통해 대중과 가까워졌다. 또한 민중미술을 전문으로 전시하였던 ‘그림마당 민’이라는 전시 공간, 그리고 학생과 노동자, 시민을 대상으로 한 시민미술학교와 판화교실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서 대중들과 호흡해 나갔다. 걸개그림은 조선시대 불교사찰의 괘불(掛佛)처럼 대형의 화면에 그림을 그려 여러 사람이 함께 볼 수 있도록 그린 그림이다. 그런 만큼 대중투쟁현장에서 걸개그림은 깃발, 벽보, 플래카드 등과 함께 대중들의 의식을 고양시키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민중미술을 이끌었던 판화나 걸개그림이 직설적이고 강렬한 표현으로 민중을 선도했다면, 1990년대 수묵화는 감정을 절제한 담담한 수묵으로 현실을 그려냈다. 수묵이 갖는 함축적이며 고양된 정신성은 민중의 상처를 직접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민중의 분노를 다독여주기에 적절한 표현수단이었다. 각 매체들은 시대의 요청에 따라 대두되었다 사그라들면서 민중의 분노를 대변하기도 하고 상처를 어루만지기도 하였다. 판화, 걸개그림, 수묵화 뿐 아니라 유화나 벽화, 조각 등 여러 시각매체들도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역할을 다하였다. 이 글에서는 판화, 걸개그림, 현실주의 수묵화를 중심으로 이들이 민중의 분노와 열망을 어떻게 수용해 나갔는지 살펴보겠다.  
 
이선옥, <분노의 화폭>,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28-130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28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