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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문자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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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증오와 무기력이 접힌 곳에서 출현한다. 사랑은, 다가올 재앙을 미리 아는 순간 모든 것을 멈추는 것이다. 위태로워지는 것을 아는 순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사랑하는 것이 된다. 많이 생각한 마음이다. 내 모든 것을 지금 멈추겠다. 사라를 사랑하기 때문이다.(정용준, <사랑해서 그랬습니다>) 사랑해서 그런 것이다. 사라는 태아를 사랑했고, 태아는 사라를 사랑했다. 태아는 사라가 겪게 될 모든 것들을 감지한 순간, 뱃속에서 멈추었다. 지독하게 사랑했으므로. 한 번도 말을 갖지 못한 태아는 어디선가 보내졌으나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랑의 문자다. 사랑의 문자가 전할 그 기억과 이야기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땅히 나누고 들었어야 할 당신의 이야기”, “당신이 좋아했던 노래”다. 바람처럼 가벼워져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국경을 넘어 마을로 향한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당신의 머리 위로, 그리고 당신의 말라버린 성대 속으로.”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좋겠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정용준, <가나>) 사랑은 죽어가는 자의 마지막 마디에서 터져 나와, 아직 어느 곳에도 이르지 못한 소리다. 그 노래가 전하고 싶은 말은 그리움, 아니 기다림이다. 그렇게 다 하지 못한 이야기는 기다림을 찾아 떠돈다. 입이 없고 몸이 없다. 내게 있는 건 오직 기억과 이야기뿐. (정용준, <위대한 용사에게>) 이 조각난 기억과 이야기를 지금 쓰는 것은 다, 못한 말을 더, 나누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결코 아름다운 노래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그래서, 그 노래가 들려오기 전에 당신은 스스로 귀를 막고 몸을 숨겨야 할지도 모른다. 다만, 견디어야 할 것이다. 사랑은 그런 견딤이어야 한다.  
 
한순미, <어두운 시대를 향한 반란>,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27-128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27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