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애증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증오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사랑은 증오의 형식이다. 사랑은 증오와 더불어 출현하고, 증오 이후에 완성된다. 증오와 사랑이 함께 한다는 말은 이들의 소설에서 또 한 번 근거를 얻는다. #. “증오를 모르면서 내게 증오를 가르쳐준 쁘띠”는 이렇게 말했었다. “너의 유일한 재산은 증오하지 못하는 그 능력이야.” 그러나 나는 쁘띠의 말을 이렇게 들었다. “모든 걸 증오할 수 있다는 건 아무것도 증오하지 못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증오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모든 걸 증오할 수 있었다, 증오하게 되었다. 사랑은 ‘능력’의 문제인데 “사랑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오랫동안 사랑에 대해 지껄여왔다는 걸” “역사에 기록된 자들은 왜 한결같이 비열한지”를 안다.(<불멸의 형식>) 사랑이란, 증오를 잊지 않고 쓰는 것이다. 시인이 쓰는 것은 “증오들”이다. 가계 없는 증오들. 매번 시인들의 가슴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영원히 젊은 증오들.(손홍규, <증오의 기원>) 사랑은 역사가 기억하지 못하는 상처를 되돌리는 시작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귀화한 터키인 하산 아저씨, 전쟁 후 이곳에 눌러앉은 그리스인 야모스 아저씨, 전쟁의 상처로 기억을 잃어버린 대머리 아저씨들이 저마다 안고 있는 상처를 내 몸속으로 접속하는 순간이다. “내 몸속으로 의붓아버지의 피가 흘러들어온 걸 느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이 세계를 입양하기로 마음먹었다.” 상처는 국적이 없다. 어딜 가나 내겐 고향이고 모국이다. 누굴 만나든 그가 바로 내 오랜 벗이고 가족이다. 그건 곧 어떤 곳도 나의 고향이 아니며 그 누구도 나의 벗이나 가족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지만.(손홍규, <<이슬람 정육점>>) 
 
한순미, <어두운 시대를 향한 반란>,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24-125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24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