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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입니다, 분노하세요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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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취향의 무리들이 자신들의 특별함으로 평범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 데에는 우리 사회도 한몫을 했다. 안티버틀러 회원인 ‘김B’는 이렇게 분석한다. “세계화, 그 기저에 깔린 것이 차이의 인정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은 남다를 것 없는 이들에게는 지옥일 수도 있었어요. (…) 자신의 삶이 너무 평범하고 하찮아 보였으니까요.” 개성과 차이를 강박적으로 추구하고 강요하는 이 사회에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평범하고 하찮은 존재라는 끔찍한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이에 맞서 ‘고양이 인간 안티 클럽’이 결성되었다. 인터넷 동호회를 만든 ‘곽’, 처음 안티버틀러에 발을 들였을 때는 “이 세상의 모든 고양이와 고양이 애호가들을 막연히 증오했”으나 “지금은 더 어른스럽고 그만큼 복잡한 이유로 미션에 참여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오’, ‘오’의 쪽지를 받은 소설가 지망생 남궁 등이 그들이다. 남궁은 이들 중에서도 남다른 ‘분노’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삶이 지루하세요? 지금 당장 특별한 테러리스트가 되어보세요! 세상에 분노하세요!”(‘오’의 쪽지) “회원들이 버틀러들에게 분노하기 전부터 남궁은 전 인류에 분노하고 있었으니까 … 세상은 결국 특별한 이들만이 변화시킬 수 있는 거야.” (이수진,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오’의 쪽지를 받기 전부터, 소설가 지망생 남궁은 “다른 어떤 소설과도 같지 않”은 소설을 쓰려 했으나 쓰지 못했던 아버지에게서 “남과 다른 이들”(을) 비난하고 경멸하는 법을 이미 익힌 터다. 남궁은 이미 준비된 ‘테러리스트’였다. 따라서 남궁에게 안티버틀러에서의 활동은 “경멸의 리스트를 다시 작성하는 것에 불과했다. (…) 그가 리스트에 올린 이들은 남궁을 제외한 모두였다.” 남궁은 단지 버틀러들뿐만 아니라 “전 인류에 분노”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그들보다 더 특별한 테러리스트가 되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하는 차별과 배타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묻는 것은 이 소설의 표면적인 의미만을 드러낼 수 있을 뿐이다. 이 소설의 궁극적인 물음은 그것이 특별한 것이든 평범한 것이든 어떤 무리가 다른 무리에게 가할 수 있는 폭력에 대한 비판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 무리에 속해 있는 이웃인가. 어떤 특별함 혹은 평범함으로 이웃을 자신과 구별짓고 있진 않은가.  
 
한순미, <어두운 시대를 향한 반란>,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22-123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22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