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운둔과 고립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보이지 않는 곳에 살고 있는 은둔형의 이웃이 있다. 장은진의 <<앨리스의 생활 방식>>과 김희진의 <<고양이 호텔>>에 등장하는 ‘앨리스’와 ‘고요다’는 은둔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웃에게 말을 건넨다. <<앨리스의 생활 방식>>에서 306호로 이사를 온 번역가 민석은 305호에 사는 ‘이웃’ 여자를 만나게 된다. 민석은 그녀의 요청에 따라 ‘앨리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녀는 민석을 ‘루이스’라고 부른다. 10년 동안 한 번도 문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는 앨리스는 “이웃과 철저하게 단절한 채 살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이웃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앨리스에게 사진은 책과 같은 것이다. 그 속에서의 “고립은 확실하게 공간을 선점하는 것이고 그 속에는 집중력을 갖고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텍스트가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번역가 민석은 “305호 그곳에서, 자기만의 존재 방식으로 살고 있는, 자기만의 생활 방식으로 소통하고 또 사랑하며 살고 있는 그녀, 앨리스”에게 빠져든다. 아무리 그 세계가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앨리스는 가짜로 위장하거나 속이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자기만의 생활방식으로 소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짜 현실에서 멀어진 은둔과 고립의 공간은 진짜 원본의 세계에 대한 은유다. 자기만의 생활방식이 아닌 가짜의 삶을 연극하고 있는 당신들이 바로 나쁜 이웃일 수도 있다. 앨리스는 세계를 더 이상 증오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감춘 것이다. 은둔이란 세상과의 결별이 아니라 세상과의 또 다른 관계 맺기일 뿐이었다. (장은진, <<앨리스의 생활방식>>) 이웃은 거대한 성에 살고 있는 고요다가 궁금하다. <<고양이 호텔>>에서 고요다는 거대한 성을 닮은 저택에서 188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소설은 고요다와 강인한의 인터뷰 형식으로 전개된다. 고요다가 그녀의 소설 <<뒤꿈치>>로 유명한 작가가 되자 사람들은 그녀에 대한 궁금증에 사로잡힌다. 인터뷰의 달인 강인한 기자가 그녀를 찾아온다. 그들의 인터뷰는 성공적으로 끝났을까. 고요다의 진실은 강인한이 꾸며낸 이야기에 의해서 드러난 것뿐이다. 결국 그들의 인터뷰는 강인한 기자의 거짓에 의해 고요다의 진실이 고백된 결과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두 사람 사이의 진정한 소통은 명백하게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고요다는 새로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아무도 믿어 주지 않던 얘기라도 소설이란 외피를 쓰게 되면 세상에 단 한 사람 정도는 그래, 그럴 수 있어, 라고 믿어 줄지 모르는 일 아닌가. (김희진, <<고양이 호텔>>) 소설은 거짓을 믿는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존재할 이유가 충분하다. 고요다가 앞으로 쓰게 될 소설은 ‘거짓과 위선’으로 가장한 이웃을 드러내기 위한 리트머스지가 될 것이다. “진실을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거짓이라는 리트머스종이를 통과시키는 것이다.”(장은진,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은둔과 고립의 공간에 있는 이웃은 다른 이웃과 ‘같지 않은’ 생활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한순미, <어두운 시대를 향한 반란>,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19-121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19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