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30분. 공장의 하루는 이제 저문다. 9시 20분쯤이면 ‘투입’에서 정리를 한다. 라인이 멈추는 건 3~5분전이다. 자리를 정리하고, 공정에 따라 작업일지를 쓴다. 그 짧은 새에 옷까지 갈아입고 30분 정각에 출퇴근기록기를 찍는다. 기나긴 하루 12시간 노동이 끝났다. 그런데 회사는 더 일찍도 아니고 그 ‘제시간’마저 허락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일찍 옷을 갈아입었나 봐요. 한 3분 전에. 그러자 다음에 회사에서 시계를 늦게 맞춰놓았어요. 그렇게 힘들게 해요. 몇 분 갖고. 내가 놀랐어요. 우리는 일 시작할 때 5분 전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10분 전이면 다 와 앉아 있는데 그런 시간은 다 뺏으면서 옷 몇 분 빨리 입고 퇴근 준비하는 거를 못 보는 거죠.”
오명순 씨는 밤 10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온다. 아침 7시 45분에 나가서 14시간 30분 만에. 일어나 준비한 시간까지 따지면 그보다 더 길게 직장에 시간을 바쳤다. 집이 먼 다른 여성 노동자들은 여기에 한두 시간, 많게는 세 시간이 더해진다. 늦은 밤, 버스와 전철 안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고단한 눈꺼풀에 얹힌 하루는 그 무게가 대체 얼마일까.
“애들이 집안일을 해도 내가 해야 할 게 있잖아요. 몇 가지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11시 넘잖아요. 애들하고 긴 얘기 할 시간은 없죠. 잠깐 얘기하고 할 일 하고, 씻고 어쩌다 보면 진짜 텔레비전 볼 시간도 없어요. 잔업 안 하는 날만 조금씩 보죠. 드라마 이어서 볼 시간은 없지요. 늦게 와도 12시 반에 자고 그래요. 몸이 힘드니까 어떨 때는 잠도 잘 안 와요. 여기 다닌 뒤로 많이 자야 5시간 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