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밑에 핀 국화 황금색을 펼쳐 놓은 듯
산 넘어 돋는 달은 시흥을 몰아 돋아 온다
아희야 잔 가득 부어라 취코 놀려 하노라
위의 작품에서 언급되는 소재는 바로 계절의 상징으로서의 ‘국화’와 흥취의 매개로서의 ‘달’이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숨겨진 소재로서 ‘술’] 상정해 볼 수도 있다. 그런 까닭에 “계절이 주제인지 국화나 술이 주제인지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의 주제를 국화나 술로 보아야만 하는 것은 지은이의 작시 의도와는 어긋남이 있다고 여겨진다. 왜냐하면 ‘국화’나 ‘술’은 주제가 아니라 계절적 흥취를 표현하기 위한 주된 소재, 즉 제재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지은이 자신의 계절적 감흥과 개인적 취락의 표현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