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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구치 시노부의 “초혼의례에 참석해서(招魂の御儀を拝して)”

희(喜)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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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초혼식이 거행되기 시작했습니다. … 어슴푸레 월출이 가까워 그 빛에 하늘은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지만, 지상에는 아직 어둠이 깔려 있었습니다. 거기에 몇 만인지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대단히 경건한, 또한 동시에 깊은 그리움을 느끼며 거기에 계셨습니다. 그 가운데 어둑어둑한 불빛 속에서 마치 물결 위에 떠오르는 것처럼 희디 흰 신주(神主) ․ 신인(神人)의 손에 의해 떠올려지는 것이 있었지요. … 그리하여 유유히 떠다니는 구름을 밟아가며, 한 무리의 구름과 같은 모습의 오하구루마를 에워싼 바로 그 때,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내 앞에 계신, 앞서도 말씀드린 것과 같은, 여행길에서 만날 수 있는 노인들의, 할머니들의 모습이, 계속 어딘지- 그 마음이 어떠한지, 선채로 희미하게 보이는 그 모습이었습니다. 어떠한 심정이신 것일까, 기뻐하고 계실까, 슬퍼하고 계실까, 아무 생각도 없이 무심히 어린아이와 같은 심정으로 그 오하구루마의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계신 것은 아닐까 하는 식으로, 나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저희들의 마음가짐으로서는-일본 국민의 마음가짐으로서는 이만큼 기쁘지 않으면 안 될 정도, 기뻐하지 않으면 안 될 때는 없습니다. 그러나 또한 생각하면, 지금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영원한 헤어짐입니다. 평범한 인간의 몸은 계속 삶과 죽음을 되풀이하며, 또는 풀이삭과 같이 말라비틀어졌다가 다시 번성하고, 또 번성했다가 말라비틀어지지만, 카미가 되면 이제 영구히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 이 신들은 영원히 살아갈 수 있지만, 우리네들은 이대로 사라져가는 것이라는 기쁨과 동시에 깊은 인생의 상념에 잠겨 있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국민으로서 느낄 수 있는 영혼 깊숙한 곳까지 사무치는 깊은 감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깊은 정신으로부터 일본인의 끝 모르는 강함이 나오는 것입니다(折口 1968[1943], 396-399).  
당대 일급의 국문학자이자 민속학자, 그리고 신도학자이기도 했던 오리구치 시노부(折口信夫)가 직접 초혼제(1943년 4월)에 참석하고 남긴 「초혼의례에 참석해서(招魂の御儀を拝して)」라는 텍스트에서 인용한 것으로, 당시 초혼제의 풍경을 정치(精緻)하면서도 서정(敍情)적인 필치로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오리구치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먼 곳에서 야스쿠니신사를 찾아온 전사자들의 유족, ‘고향 시골마을 정취 그대로인 분들’의 얼굴과 자태, 그리고 그 얼굴에 드리워진 ‘실로 그리운 생각’, ‘착잡한 마음’이다. 오리구치가 감명을 받은 것은, 영혼들이 이승과 저승을 왕래한다는 고대신앙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이다.  
折口信夫. 1968[1943]. “招魂の御儀を拝して.”  
이영진, 2015, “감정기억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야스쿠니문제 재론,” ????기억과 전망???? 3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