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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익조와 연리지, 사랑의 갈망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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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의 문제는 프로이트가 분석한 것처럼 단순히 성적 욕망의 채워지지 않는 그러한 상태만을 다루는 것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산해경』에서는 결핍된 존재인 비익조를 소개하고 있다. 황하의 남쪽에 숭오산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 이상한 새가 살고 있다. 생김새가 물오리 같지만, 날개와 눈이 각기 하나여서 다른 한 짝과 합쳐져야만 날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새의 이름을 『산해경』의 저자는 만만蠻蠻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산해경』을 주해한 곽박郭璞은 만만이란 비익조比翼鳥를 말하며, 청적색의 빛깔을 띠는 새로 한 쌍이 나란히 붙어 있지 않으면 날지를 못한다고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만만은 새의 일반적 형상으로 볼 때 반쪽만의 새로 반쪽이 결핍된 상태이다. 이 새의 한계성은 또 다른 결핍된 반쪽과의 결합을 통해, 즉 자신의 반쪽과 육신적 결합을 통해 해소된다. 반쪽의 존재가 다른 반쪽의 존재를 만나 한 몸을 이룬다고 하는 것은 그 서사가 갖는 희박성 만큼이나 완전함에 대한 결합 욕구를 상징한다. 비익조의 완전한 일체를 향한 결핍성은 당의 시인 백거이에 의해 현종과 양귀비의 비극적 사랑노래로 재구성된다. 시인은 비익조의 상징성을 이룰 수 없는 지극한 사랑의 노래로 형상화한다. 그것이 현종과 양귀비의 끝내 이룰 수 없었던 애절한 사랑의 정한을 노래한 백거이의 「장한가」이다. 현종은 전란의 와중에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랑했던 양귀비를 죽이게 되고 회한에 휩싸여 죽어간 양귀비를 그린다. 시인의 상상력은 현종이 칠월 칠석에 장생전 앞에서 양귀비를 만나 하늘에선 비익조가 되어 만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어 만날 것을 약속했다고 노래한다. 현종과 양귀비의 현실에서의 사랑은 이루지 못한 애절함으로 남았기에 시인은 긴 정한의 탄식으로 읊고 있다.  
 
김경호, <사랑의 부재, 결핍>,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230-231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230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