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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로운 노동자와 로맨스의 탄생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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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앞서 제시된 가부장적 정치·경제는 지나간 한 때의 역사인가, 아니면 오늘날에도 유효한 체계인가? 만약 가부장적 정치·경제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용되어 나타난다면, 오늘날 그것은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가? 어떤 정치경제적 원리든 그것은 시대적 공간적 한계 속에서 부침을 겪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근대 자본주의 도시에서 가부장적 혹은 남성 중심적 정치·경제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는가? 알려진 바대로 자본주의 도시의 정치경제는 성에 중립적인 체제인가? 그렇다면 근대 자본주의 도시는 가부장적 성적 욕망을 생산하는 일과는 관계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알려진 바와 달리 자본주의 도시는 남성경제와 성정치가 중첩되어 있는 근대적 형태의 정치·경제 복합체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 시대에 통용되는 성과 사랑의 정치경제는 어떠한 모습을 띠고 있는가? 이 물음들에 답하기 위하여 18세기에 본격화되었던 낭만적 사랑, 즉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어 보자. 로맨스는 근대 자본주의 도시에서 나타났던 성과 사랑의 전형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자본주의 도시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공동체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노동자”가 도시에 모여들었기 때문이었다. 도시 노동자들은 자신이 경작하던 토지를 빼앗김에 따라 본의 아니게 모든 생산수단으로부터의 자유를 얻게 되었으며, 도시에 나가 임금을 받고 자신의 노동력을 하나의 상품으로 처분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었다. 도시의 자유로운 노동자들은 이제 가문이나 세속적 신분 혹은 거주 공동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개별자로서의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고 삶을 살아간다. 즉 이들은 자유로운 개인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앞서 살펴본 남성경제에서는 여성들만이 상품이 되는 반면 근대 자본주의 도시에서는 남성들까지도 자신들의 노동력을 파는 노동 상품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시 노동자들의 “자유”는 그들이 노동 상품이라는 점에서 유래한다. 노동자가 자본가의 노동 상품이 된다는 것은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기능에 매긴 가치에 따라 그 교환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이것은 자본가들의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들이 주체가 아닌 기능 수행의 대상으로 교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자유롭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나는 노동자들의 자유가 다음과 같이 이해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즉 엄밀하게 말하자면 노동자들은 기능적으로 자신의 노동력을 팔 수 있는 자유를 갖는 것이지 자본이나 노동시장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현재, <로맨스 정치경제학>,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213-214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213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