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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겁고 아프고 힘겨운 사랑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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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빠른 속도로 현대인의 애정관을 반영하는 텔레비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돌아온 싱글’들의 두 번째 결혼이나 세 번째 결혼은 물론 ‘어장관리’라는 명목으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만나는 신세대들의 기상천외한 연애풍속도도 적나라하게 노출시킨다. <마녀사냥>, <우리 결혼했어요>, <짝> 등의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은 ‘사랑’에 대한 진정한 성찰은 뒷전에 미뤄두고 ‘연애’나 ‘결혼’이라는 가시적 성과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조급증을 증언한다. 단막극 <연애를 기대해>에는 신세대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항상 상대방을 너무 많이 사랑하다가 뼈아픈 배신의 상처만을 떠안게 된 여주인공이 ‘이제 사랑 말고 연애를 하고 싶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꽃다운 나이에 이미 ‘사랑의 쓴맛’을 알아버린 여주인공은 ‘사랑 없는 연애’의 가벼움을 이상화시키는 것이다. 사랑은 너무 무겁고, 아프고, 슬프기만 하니까, 비누거품처럼 가볍고, 고민 없는 연애를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진심은 물론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야만 빠질 수 있는 ‘무거운 사랑’이 아니라 가벼운 설렘과 고민 없는 즐김의 몸짓으로 구성된 ‘가벼운 연애’를 꿈꾸는 그녀가 진심으로 원한 것은 ‘무거워도, 아파도, 끝까지 당신과 함께 하는 사랑’이었던 것 같다. 연애에 대한 각종 기술을 연마시켜주는 책들과 강연은 넘쳐나지만 정작 ‘사랑’을 고민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의 속삭임은 잘 들리지 않는 사회. 떠들썩한 연애의 이상화에 비해 진정한 사랑은 너무나 빈곤해진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건축학개론>, <내 깡패 같은 애인>,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세련되고 쿨한 연애’가 아니라 ‘무겁고 아프고 힘겨운 사랑’의 여전히 변함없는 가치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정여울, <사랑의 빈곤, 연애의 풍요를 넘어>,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41-142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41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