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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저들의 만남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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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의 히트작들을 돌아보면, 당대의 기준으로 파격적인 소재를 활용하거나 남녀간의 커다란 계급적‧문화적 차이를 통해 갈등과 화해의 서사를 구축해오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결혼 이야기>, <마누라 죽이기>,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미술관 옆 동물원>, <싱글즈>, <달콤, 살벌한 연인>, <미녀는 괴로워> 등은 각각 신혼 부부의 성, 와이프에 대한 증오, 동갑내기끼리의 스승-제자 관계, 전과자 여성과 동네 약사의 로맨스, 유능한 여의사와 만능 도우미의 로맨스, 새로운 세입자와 이전 세입자의 남자친구, 유능한 독신남녀들의 일과 사랑, 살인자와 평범한 남자의 로맨스, 성형 수술로 미인이 된 여가수의 로맨스 등 하나같이 독특한 소재와 갈등구조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 왔음을 알 수 있다.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이러한 과거의 로맨틱 코미디에 비하면 갈등구조가 극적이지 않으며, 흥미를 끄는 자극적인 장면들도 적다. 등장인물의 나이 차이가 갈등의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영화에서 주로 드러나는 두 남녀의 갈등 요인은 ‘남자가 깡패라는 사실’에서 나온다. 그리고 어느 한쪽이라도 ‘성공하거나 유능한 사람, 혹은 화려한 외모를 지닌 사람’이었던 과거의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두 사람은 ‘서로가 모두 루저’인 상황이라는 점도 이 로맨틱 코미디가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일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리얼리티의 빛’을 발한다. 본업이 ‘깡패’지만 일반인과의 싸움 하나 제대로 못해내는 삼류건달 오동철(박중훈). 그는 ‘큰 형님 대신 감방에 갔다 오면 에이스로 만들어줄게!’라는 중간 보스의 말만 믿고 덜컥 감옥에 다녀왔지만 에이스는커녕 ‘동생들’ 사이에서도 영 체면이 서지 않는 중이다. 그에게는 조직의 명령에 따라 사람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적개심이나 출세의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싸움 못 하는 깡패’라는 정체성은 그의 육체적 힘이 모자라서라기보다는 누군가를 때리거나 상처주어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건달의 생리를 그가 진심으로 체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의 옆집 반지하방에 이사온 20대 취업준비생 한세진(정유미). 그녀는 지방대 출신으로 어렵게 서울의 한 회사에 취업했다가 회사가 부도나자 몇 달만에 실업자 신세가 되어 반지하 단칸방으로 이사를 왔다. 인생 최고의 전성기인 줄로만 알았던 신입사원 시절. 새 명함, 새 남자 친구, 새 직장, 모든 것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던 그 시절은 너무 짧게 끝나버리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방대 출신의 별 볼 일없는 스펙’으로는 어디에도 쉽게 원서를 내밀 수 없는 가혹한 현실이었다.  
 
정여울, <사랑의 빈곤, 연애의 풍요를 넘어>,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31-133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31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