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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들어진 감정으로서의 사랑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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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한시의 경우 이러한 모습은 주로 관습적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음에 주목한다. 이는 일면 기생이라는 신분에서 비롯한 작품 제작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보통 여러 명이 번갈아가며 작품을 제작했다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며, 따라서 ‘우음偶吟’ 류의 작품들이 많다. 환영이나 전별의 자리에서 제작된 관능의 기술과 성애의 담론이 혼재된 유혹의 시가 많다는 점 또한 ‘술자리’라는 작시의 배경에서 생겨날 수 있는 시적 특성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대동강 한 켠에서 정든 님 보내나니 大同江上送情人 천 줄기 버들로도 묶어놓지 못하네. 楊柳千絲未緊人 눈물 젖은 눈으로 그런 눈 바라보고 含淚眼看含淚眼 애 끓는 사람이 애 끓는 사람만 대하는구나. 斷腸人對斷腸人 (국색, 「우음偶吟」) 신윤복, <선유도> (간송미술관 소장) 이 시는 평양 기생이었던 국색國色이 지은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여느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의 이별을 노래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작품을 두고 ‘사랑시’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는 ‘표현되는’ 감정이 사랑일 뿐, 작품 제작의 배경까지 살펴보면 실제 그녀의 마음까지 온전한 사랑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우선 작품 첫 구에 ‘대동강’이 보인다. 대동강은 고려시대 정지상이 「송인」을 노래한 이후 사랑하는 이의 이별을 말할 때 즐겨 차용되었던 시적 모티프였다. 기녀들의 한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국색은 자신이 평양 출신이었으므로 대동강이라는 시적 모티프에 훨씬 더 익숙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시가 지어진 때는 당시 평안감사였던 이광덕의 송별회였다. 사대부 관리의 송별회에 기생들이 함께 자리하는 일은 당대에 이미 보편적 일상이었다. 여기에 참석한 기녀들은 모두 주인공에게 시 한 수씩 돌려가며 읊어야 했다. 기생으로서 시와 기예를 익힌 것은 모두 이런 자리를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어진 이 시는 실제 연인으로서의 주인공을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함께 참석했던 다른 기생들 또한 국색과 비슷한 내용의 시를 지어 읊었으니 그것들 모두를 ‘참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대부들은 기녀와 이별하며, 별시別詩를 읊은 것이 상례常禮였다. 그러나 기녀는 정인情人에 대한 연정을 잊을 길이 없어 다시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히려 사랑이 한층 심화되는 반면, 사대부는 헤어짐과 동시에 기녀와의 사랑놀음도 끝이 나는 상대적인 면을 가지고 있었다.”(박종수, 「조선조 사대부 기녀관 한시 연구」)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기녀들도 마찬가지였다. 기녀들이 제작한 ‘우음偶吟’ 류의 한시들이 이를 잘 말해준다고 하겠다. 그러다 보니 그녀들이 남긴 시들로 대개 비슷한 양상, 즉 관습적 면모를 보이곤 한다. 물론 어느 경우 ‘다시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도 분명 있었을 것이지만, 전해지는 작품들에서 이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조태성, <거짓사랑과 참사랑의 경계>,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72-174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72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