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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녀, 이데올로기적 윤리의 너머에서

애(愛)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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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들에게 이와 같은 조건을 요구했다는 것은 그녀들의 여성성을 박탈했다는 말과도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런 현상은 기녀가 아닌 양반가의 여성들에게도 적용된다. ‘계녀가류’ 가사에서 언급되는 각종 여성 의무 항목들이 바로 이런 상황을 증명한다. 비록 둘 사이의 층위는 다르다고 할 것이나 당대 여성성의 고착화를 가져온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현상들이 대개 유교적 이데올로기에 따른 가부장제의 강화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인용문을 보자. 조선 건국 이래 <<소학>>의 윤리는 점차 양반의 아비투스가 되어 가고 있었다. 양반과 비양반을 구별하는 신체언어로서 <<소학>>은 양반에게 장착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것은 성적 관계의 지형도에 모종의 변화를 가져왔다. ‘어우동 사건’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남성과 여성의 자유로운 성관계는 이제 도덕의 통제를 받기 시작했다. 성적 상대로서의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소학>>에서 다시 정립되었다. 그것은 ‘부부간의 예의’로 탄생했다. 부부 사이의 성적 관계는 도덕에 의해서 통제받기 시작했다. 따라서 윤리 이전에 존재하는 남성-양반의 성적 욕망을 해결할 방법이 필요했던 바, 그 욕망을 해소하는 수단이 바로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여종’이나 첩, 기녀 등이었다. 이 중 기녀는 예능과 성적 훈련을 거친 존재였다. 즉 예의에 의해 억압된 성적 욕망의 해결은 기녀 제도에 미루게 된다. 기녀는 이제 예의의 통제를 벗어난 욕망을 해소하는 제도적 공간이 되었다.(강명관, 「조선 가부장제의 성적 욕망과 기녀」) 위의 글은 유교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다시 통제되는 남성과 여성의 상황을 적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부부간의 성적 관계가 윤리(혹은 도덕)에 의해 통제받기 시작했음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는 그 통제의 밖에서, 즉 ‘윤리 이전에 존재하는 남성-양반의 성적 욕망’의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써 ‘기녀’ 혹은 ‘기녀 제도’를 들면서 그녀들을 제도적 공간으로 이끌어 들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당대의 여성들-양반이든 기녀이든-에게서는 더 이상 여성성을 찾을 수 없게 된다.  
 
조태성, <거짓사랑과 참사랑의 경계>,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70-171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70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