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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깃발

욕(欲)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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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야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표ㅅ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 안 그는.  
위의 시, 유치환의 <깃발>에서 ‘깃발’의 의미는 유치환의 시 세계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이념이나 지표와 관련된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흔드는’, ‘나부끼고’, ‘날개를 펴다’ 등에서 구체화되는 동적인 심상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움직임 자체가 시 정신의 방향을 제시해 주지는 못한다. ‘깃발’의 움직임을 통하여 구현되고 있는 상상의 세계는 ‘바람’의 이미지와 결합됨으로써 상황의 구체성을 획득하고 있을 뿐이다. ‘바람’의 의미를 이 시인의 삶의 자세와 생의 과정에 빗대어 동류적인 관계로 이해하고 하는 견해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직접적인 연결보다는 움직임에 대한 촉발의 의미를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은 ‘이념의 標ㅅ대 끝’에 매달린 ‘깃발’을 나부끼도록 해주는 움직임의 원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떠나고자 하는 것과 매어놓고자 하는 것 사이의 팽팽한 긴장 관계는 ‘이념의 표ㅅ대 끝’에 매달린 ‘깃발’의 나부낌을 통해 성공적으로 형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시적 심상의 특징을 놓고 볼 때, 이 작품에서 ‘깃발’은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뜻한다. 이것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매달려 이상이나 이념을 실현하고자 안타까운 심정과도 통한다. 현실 속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이상에 대해 갖는 존재의 고뇌와 비원을 애수의 정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이 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권영민, [한국현대문학사1], 민음사, 2002, 619~6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