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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이 오면

욕(欲)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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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 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이 시는 심훈이 1930년 3월 1일에 쓴 <그날이 오면>이다. 검열에 통과를 기대할 수 없더라도 할 말은 다 해서, 다른 시인들은 조심스럽게 암시하기나 하던 조국 해방의 소망을 정면에서 나타내 소리 높이 노래했다. 삼각산과 한강수를 다시 노래하면서, 침략자가 훼손하기 전의 지명을 되찾은 서울 거리를 수많은 사람과 함께 춤추며 내닫는 기쁨을 당장 누리는 것처럼 나타냈다.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극단에 이르는 불가능한 상상을 하고서라도 조국 광복에 이르고픈 욕구를 드러내며 힘찬 거동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조동일, [한국문학통사5:근대문학 제1기], 지식산업사, 2005, 517~5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