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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오(惡)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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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시적화자는 ‘모란이 피’는 ‘봄’을 기다린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기에 모란은 활짝 피었다가 이내 져버릴 수밖에 없다. 모란이 피는 것에 대한 ‘기다림’ 이후, 모란이 지게 되면 찾아오는 ‘상실’은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울만큼 큰 비애감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화자는 이내 다시 기다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더구나,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역설적 표현은 모란에 대한 시적화자의 반복적이면서도 순환적인 감정의 태도을 집약시킨 시구라 할 수 있다. 즉, 모란이 피었다는 기쁨으로서 ‘찬란함’과 이내 모란이 져버리는 것에서 찾아오는 ‘슬픔’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김영랑, <<김영랑 전집>>, 문학세계사, 1981.  
권영민,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를 다시 생각하며 :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새국어생활>> 제9집 2호, 국립국어연구원,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