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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무 - 신경림

오(惡)
부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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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라는 표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소외된 농촌의 삶이 얼마만큼 피폐한가를 드러내고 있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지만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쳐봤자 현실은 바뀔 가능성이 없어 결국 체념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농촌은 ‘부정적’ 현실임을 방증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며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드는 ‘농무’는 현실의 상황에 대한 원망이자 절규의 몸짓으로 읽힌다.  
신경림, <<농무>>, 창작과비평사, 1975.  
서범석, <신경림의 <<농무>> 연구>, <<국제어문>> 제37집, 국제어문학회,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