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혈을 풀기 위해 한약 한 제를 지어 왔다.
코 위에 안경을 걸친 한약방 주인이
물에다 끓이지 말고
막걸리를 부어 끓이라 한다.
술 먹고 대한민국처럼 망가진
내 몸뚱이의 내력을
소상히 알고 있는 듯한 말투다.
참 용타고 생각하며
아내는 탕기에 술을 넣어 약을 달인다.
펄펄 끓는 물솥에 수건을 적셔
내 몸의 어혈 위에 찜질도 하고……
탕기에선 한밤내 부글부글
죽음이 들끓는 소리.
절명하라, 절명하라, 절명하라,
이를 갈다 이를 갈다
가슴도 부글부글 소리를 내고……
분노도 피딱지도 약에 녹아 하나가 되고……
어혈은 풀어져서
내 몸의 피와 살과 뼈에 스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