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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4년 1월 - 김지하

오(惡)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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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1월을 죽음이라 부르자 오후의 거리, 방송을 듣고 사라지던 네 눈 속의 빛을 죽음이라 부르자 좁고 추운 네 가슴에 얼어붙은 피가 터져 따스하게 이제 막 흐르기 시작하던 그 시간 다시 쳐 온 눈보라를 죽음이라 부르자 모두들 끌려가고 서투른 너 홀로 뒤에 남긴 채 먼 바다로 나만이 몸을 숨긴 날 낯선 술집 벽 흐린 거울 조각 속에서 어두운 시대의 예리한 비수를 등에 꽂은 초라한 한 사내의 겁먹은 얼굴 그 지친 주름살을 죽음이라 부르자 그토록 어렵게 사랑을 시작했던 날 찬바람 속에 너의 손을 처음으로 잡았던 날 두려움을 넘어 너의 얼굴을 처음으로 처음으로 바라보던 날 그 날 그 날 너와의 헤어짐을 죽음이라 부르자 바람 찬 저 거리에도 언젠가는 돌아올 봄날의 하늬 꽃샘을 뚫고 나올 꽃들의 잎새들의 언젠가는 터져나올 그 함성을 못 믿는 이 마음을 죽음이라 부르자 아니면 믿어 의심치 않기에 두려워하는 두려워하는 저 모든 눈빛들을 죽음이라 부르자 아아 1974년 1월의 죽음을 두고 우리 그것을 배신이라 부르자 온몸을 흔들어 온몸을 흔들어 거절하자 네 손과 내 손에 남은 마지막 따뜻한 땀방울의 기억이 식을 때까지  
김지하의 「1974년 1월」은 제목처럼 실제 1974년 1월 8일에 긴급조치 1호가 발효되자 자신 스스로가 잠적하여 강릉에 피신하면서 구상한 작품이다. 독재 권력에 파생되는 폭력의 시대에 저항하고자 하면서 ‘공포’를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시인은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겁은 나지만 자신을 채찍질하고 추스르면서 한걸음씩 나아갈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한 점은 ‘눈보라’로 상징되는 열악한 시대적 상황에 ‘두려워하는’ 눈빛은 ‘죽음’과 다를 바 없음으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진술된다. 나아가, 긴급조치 1호가 발효된 당시의 1월이 현실적으로 민주주의의 ‘죽음’인 동시에 ‘배신’이기에 ‘부정적’이지만, 우리 모두가 ‘온몸’으로 저항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창작과비평사, 1982.  
이혜원, <1970년대 서술시의 양식적 특성:김지하, 신경림, 서정주의 시를 중심으로>, <<상허학보>> 제10집, 상허학회,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