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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랑끝 - 조정권

오(惡)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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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보고 싶은 마음 죽이려고 산골로 찾아갔더니 때아닌 단풍 같은 눈만 한없이 내려 마음 속 캄캄한 자물쇠로 점점 더 벼랑끝만 느꼈습니다 가다가 꽃을 만나면 마음은 꽃망울 속으로 가라앉아 재와 함께 섞이고 벼랑끝만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임에 대한 그리움을 매개로 시적 화자는 산골로 들어간다. 산골 깊숙하게 걷는 것은 자연과는 합일되는 과정이지만, 임과는 멀어지는 길이다. 더구나 임을 향한 마음은 걸어갈수록 오히려 심화되어 마치 ‘단풍’과 같다. 자세히 말해, ‘단풍 같은 눈만 한없이 내’린다는 진술은, ‘단풍’이 임을 향한 마음으로서 일종의 ‘정열’을 상징한다면 하염없이 내리는 자연의 ‘눈’은 그러한 감정이 더 이상 격양되지 못하고 식게 만드는 존재이다. 애초에 ‘보고 싶은 마음’을 ‘자연’ 속에서 삭히고자 산골짜기에 걸어 들어간 시적 화자의 시도가 내적 갈등을 겪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결국 아름다운 ‘꽃’으로 상징되는 ‘사랑’의 감정은 ‘가라앉아 재와 함께 섞’여 ‘벼랑끝’으로 수렴된다는 마지막 진술은 임에 대한 ‘원망’의 마음까지 소강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조정권, <<산정묘지>>, 지식을만드는지식,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