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혜롭기로 명망 높은 사람을 면담하러 갔습니다. 그래야만 “그대는 내가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했지만, 여기 나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있습니다”라고 내가 신탁을 부정하고 반박할 수 있을 것이 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과 면담했습니다. 그가 누구인지 이름을 댈 필요는 없겠지요. 그는 정치가였는데, 나는 그를 시험해보고 다음과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아톄나이인 여러분! 말하자면 나는 그와 대화해보고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그 자신에게 지혜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지혜로운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지혜로워 보일 뿐 사실은 지혜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에게 보여주려 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그 사람에게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에 게 미움을 샀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곳을 떠나며 마음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분명 저 사람보다는 더 지혜로워. 우리 둘 다 남에게 자랑할 만한 것을 아무것도 모른다 해도, 그는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반면 나는 모르면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아무튼 나는 내가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을 만큼은, 비록 미세한 차이이지만 내가 저 사람보다 더 지혜로운 것 같아.’ 그뒤 나는 더 지혜롭다는 다른 사람과 면담하러 갔고, 이번에도 똑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거기서도 그 시—람과 다른 많은 사람들에 게 미움을 샀습니다. 

 

플라톤, 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파이돈·향연』, 숲, 2012, 25-26쪽. 

플라톤, 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파이돈·향연』, 숲, 2012, 25-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