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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스 유토피아와 반쪽짜리 로맨스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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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근대 자본주의 도시에서 여성 로맨스 주체는 반쪽짜리 자유만을 욕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남성경제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녀는 형식적으로는 혹은 가능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자유로운 노동자가 될 수 있지만, 열악한 임금, 임신과 출산, 양육의 문제는 그녀의 자유를 가로막는다. 실질적으로 여성의 삶은 사적인 영역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시장에서 자유로운 노동자로 호명되지 못하기에 사실상 생산 노동자로서의 남성의 경제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균등한 상황에서 서로를 주체로, 자유로운 개인으로 인정하는 낭만적 서사의 이야기는 허상일 수 있다. 재클린 살스비가 『낭만적 사랑과 사회』에서 지적했듯이 여성들이 낭만적 사랑에 집중하는 것은 그녀가 공적인 영역에서 자유로운 자아를 실현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평등했기 때문이 아니라 종속되어 있기에 그토록 로맨스를 읽었던 것이다. 결국 로맨스 정치경제는 가부장적 남성 경제의 변주라 할 수 있다. 근대 자본주의 도시에서 로맨스를 열망했던 여성들은 재생산을 위한 상품이 아닐 수 있는, 주체로서의 위치의 가능성을 보았지만 거기서 여성은 여전히 자유로운 척하는, 순수한 척하는 개인이었다. 낭만적 사랑의 욕망에 따라 여성들은 자신이 사적인 영역에 배당된 처녀임을, 시장의 상품인 창녀가 아니라 자아실현을 욕망하는 인격적 개인임을 증명하고자 했지만 이러한 증명의 행위들은 결과적으로 그녀들을 가정의 영역에, 재생산을 위한 섹스에 가두어 두는 것을 강화할 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될 수 있는 실질적인 조건을 갖추지 못했던 여성들은 로맨스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데 이것은 두 인격체 간의 불평등한 물질적 관계를 위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시 말해서 로맨스 정치경제가 여성들에게 구성하는 자아실현, 낭만적 사랑을 욕망은 처음부터 실현될 수 없는 욕망, 즉 유토피아를 가리키고 있었던 것이다. 로맨스 정치경제는 유토피아와 현실 간의 간극을 더욱 넓힌다.  
 
이현재, <로맨스 정치경제학>,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222-223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222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