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젠더 체계가 가부장적 정치경제의 핵심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여성철학자 뤼스 이리가레의 이론에서 좀 더 분명하게 주장된다. 그녀는 『하나이지 않은 성』(1977)에서 근친상간 금기에 기반한 남성들의 여성교환을 “남성경제”라고 표현하면서 이것이 정치적일 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좀 더 분명히 강조한다.
그녀에 따르면 이 교환체계에서 남성들은 욕망을 갖는 생산 주체가 되지만 여성들은 이 욕망을 충족시키는 상품으로 기능한다. 남성은 교환의 주체이며 여성은 대상이라는 것이다. “남성경제”에서 보수를 받는 생산 노동자가 되는 것은 남자들인 반면, 여성은 “노동력 생산을 위해 항상 남성에게 귀속” 되는 대상이 된다.
이 경제 체계 안에서 생산 주체인 남성은 가치를 생산하는 주체이다. 반면 생산 주체가 되지 못한 여성들은 남성에게 귀속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확인받고자 한다. 즉 여성들은 남성이 탐내는 상품으로 가꿈으로써 가치를 매기는 생산 주체인 남성과 관계를 맺게 된다. 따라서 여성들은 남성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꾸미고 행동한다. 이런 점에서 남성 경제 안에서 여성의 준거점은 남성의 욕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