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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유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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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 <건곤일회첩> 일부 (갤러리 현대 소장) 시조에도 이런 사랑의 모습이 나타난다. 여타의 고전시가와는 달리 시조는 그 시형이 간단하고 인간의 감정이나 정서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어, 대중의 공감을 얻기에 수월한 장르였다. 따라서 시조라는 장르에서는 관습적 표현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이런 경우, 즉 사대부와 기녀와의 은밀한 만남에서 비롯한 시조의 경우에는 각종 은유로 점철된 노골적인 언어유희가 오갔다고 보는 편이 더욱 타당할 듯하다. 이런 경우에는 대개 ‘성애’를 주제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다음 시조는 조선시대 송강松江 정철鄭澈(1536~1593)과 기녀 진옥 사이에 오간 것들이다. ① 옥玉을 옥玉이라 하거늘 번옥燔玉으로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眞玉임이 적실하다 내게 살송곳 있으니 뚫어 볼까 하노라 (정철) ② 철鐵을 철鐵이라 하거늘 무쇠 섭철鍱鐵로만 여겼더니 다시 보니 정철正鐵임이 적실的實하다 때 마침 골풀무 있으니 녹여 볼까 하노라 (진옥) ①은 어느 날 정철이 진옥과 술자리를 갖는 중에 즉석에서 기녀 진옥에게 답가를 요구하며 지었다고 한다. 그러자 진옥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화답한 시조가 바로 ②인 것이다. ①에 대해 진옥은 글자 하나하나는 물론 구절마다 대구對句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시재詩才로만 보자면 대문장가 못지않은 것이다. 이런 사연과 형식으로 인해 이 두 시조는 당대 사랑가의 백미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참 사랑’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대부-기생’의 관계에서 참사랑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노래의 내용과 정철이 유배객이었다는 신분을 들추어 보면 이는 그저 한 때의 사랑, 육체적 사랑에 더 가까웠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조태성, <거짓사랑과 참사랑의 경계>,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76-177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76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