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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애(愛)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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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서성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설레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서성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심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시적화자가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 너’이지만, 화자는 오히려 ‘너’에 대한 기다림을 설레는 기대감과 행복하고 충만한 심정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렇게 만남의 시간이 될 미래와, 기다림의 시간인 현재 모두에 기뻐하고 있다.
‘너’에 대한 마음이 크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행복하고 충만한 시간임을 말하고 있다. 먼 곳에서 천천히 오는 ‘너’를 기다리는 것뿐만 아니라 또한 자신 역시 가고 있는 행복한 상황이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는 상황은 언젠가는 사랑의 결과가 ‘만남’으로 풀릴 것으로 ‘긍정’ 가능하다. 
황지우, 『게 눈 속의 연꽃』, 문학과지성사, 1998. 
강동호, 「시적인 것에 대한 시론적 고찰-황지우의 시론에 기대어」, 『사이』 제9집,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 2010.
정한아, 「“시적인 것”의 실재론이라는 스캔들-황지우 시론 연구(1)」, 『사이』 제5집,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