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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사회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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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은 단지 물질적 풍요로움에서 미끄러져 나간 자아의 채워지지 않는 욕구나 욕망의 부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크 라캉은 대상이 주체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주체를 결핍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결핍은 개인의 욕구를 만족시킬 만한 수단이 박탈되거나 제거된 상태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에 대한 울리히 벡의 진단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는 결핍의 독재가 횡행하는 결핍사회이자 위험사회이다. 일상적 삶을 함께 공유하였던 경험세계로부터의 분리와 그로인한 소외와 불안은 개인의 관계적 삶과 행위조차 왜곡된 양상으로 몰고 간다. 상실의 두려움을 상쇄하기 위한 감정적 친밀감의 요구는 오히려 개인을 음습한 욕망의 세계로 몰아세운다. 그것은 또 다른 무력감을 낳는다. 자아 정체성의 상실과 무력감은 크리스토퍼 래쉬가 말하는 것처럼 자기도취의 문화를 양산하고, 사회의 안전망이 부재한 상태에서 사이코패스나 나르시시스트와 같은 사회적 외톨이를 만들게 된다. 이것은 현대인의 심화된 자기 소외와 연대감의 상실이 가져온 파편화된 인격성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미디어와 인터넷의 급격한 진보는 시간과 공간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가상화한 현실을 마치 삶의 직접적 경험인 것처럼 보여준다. 축소된 시간성과 압축된 공간에서 현대인은 삶에 대한 관조 대신 찰나에 영원을 담보하고자 한다. 자질구레한 세속적 쾌락에 탐닉하고, 영원성에 담겨졌던 인간의 숭고한 가치와 믿음을 잃고 몰락의 가장 밑바닥에서 가련한 안락만을 지키려는 최후의 인간으로 전락한다. 채우면 채울수록 더 허탈해지는 공허와 밀려드는 존재의 고독감은 현대인을 더욱 왜소한 소시민으로 만든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오히려 존재감을 잃고 사랑을 잃은 결핍된 존재들이 거리를 떠돈다.  
 
김경호, <사랑의 부재, 결핍>,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226-228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226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