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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inner takes it all

애(愛)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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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유통망이 골목길까지 들어와서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결식아동들은 긴 방학이 오히려 두렵다. 좁은 취업문에 낙담한 청년 실업자들이 죄인처럼 살아야 하고,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어 현실을 등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삶의 거리에서 지척인다. 사랑을 잃어간다. 사랑이 결핍된 존재로서 개인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보다는 승자만을 강조하는 천박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체제하에서 사랑을 잃은 존재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읊조릴 뿐이다. ‘The winner takes it all’ 사랑의 아픔과 도전의 실패를 자기의 잘못으로 내면화시키는 자본의 논리는 그러나 화수분과 같은 욕망을 자극한다. 희망이 부재한 불투명한 내일을 기약하기 보다는 차라리 오늘의 쾌락을 충동한다. 충족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본에 의해 끊임없이 휘둘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벗어날 수 없다. 증식된 욕망의 재생산구조는 결핍된 사랑을 마치 실현 가능한 충족된 사랑의 아이템으로 대체한다. 애초부터 사랑이란 불가능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위선의 페로소나는 숭고한 사랑을 향한 저항으로 치환되고, 은폐된 폭력은 교묘하게 직조되어 현실을 떠돈다. 그저 쫓기듯이, 밀려나지 않으려 허우적대면서 살아가는 일상에서 스스로의 결여와 결핍을 선언하는 것은 오히려 숭고하다.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비합리적인 사태를 재단하는 권력은 집단적 패거리주의를 비호한다. 비정한 거리를 규탄하면서도 ‘뜨거운 친밀성hot intimacies’ 혹은 ‘차가운 친밀성cold intimacies’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인정으로 통용된다. 도구적 이성에 의해 지지되는 규율과 얄팍하게 치장한 제도는 공정성의 이름으로 인간의 조건을 왜곡한다. 분리와 선택적 배제를 통해 사랑받지 못한 존재들은 사랑조차 할 수 없다. 머물 수 없는 현실은 사랑의 부재를 일상화하고, 결핍은 심화된다.  
 
김경호, <사랑의 부재, 결핍>,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225-226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225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