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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스 정치경제와 창녀의 낙인화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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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로맨스 정치·경제”는 성적 욕망 및 사랑을 재생산이라는 도구적 목적이 아니라 자아실현의 욕망과 연결시켰다. 그렇다면 근대 자본주의 도시의 로맨스 정치경제학은 남성경제를 완전히 해체하고 새로운 성적 욕망의 구조를 형성시킨 것인가? 여기서 나는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자본주의적 로맨스 정치경제가 공/사, 생산/재생산의 철저한 구분에 기반하고 있었고, 그런 한 가부장적 “남성경제”가 강요했던 처녀/창녀의 구분을 더욱 심화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남성경제”에서 모든 여성들은 교환시장 안에 있었다. 여성들은 교환가치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모두가 상품이라는 점에서는 질적으로 다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근대 자본주의적 로맨스 정치경제에서 여성은 가정(사적인 영역)에 있는 여성과 시장(공적인 영역)에 있는 여성으로 구분된다. 다시 말해서 여성은 인격적 개인과 상품이라는 질적으로 다른 존재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이제 사적인 영역에 존재하는 여성은 재생산보다는 자아실현을 궁극의 목적으로 한다. 로맨스를 통해 결혼에 골인한 여성들은 적어도 사적인 영역에서만큼은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공적인 시장에서 거래되는 여성은 노동자가 아니라 창녀라는 상품으로 표기된다. 창녀는 사적인 영역에 있어야 하는 성의 욕망을 공적인 영역에서 수행하고자 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공/사의 이분법을 흐리는 창녀는 배척될 수밖에 없다. 로맨스 정치경제에서 쾌락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창녀는 자아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낭만적 사랑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 그녀는 사랑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상품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따라서 로맨스 주체가 되고자 하는 여성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창녀로부터 구분해야 한다. 그들은 시장, 생산 영역에 존재하는 창녀를 욕망해서는 안 된다. 사랑을 위해서 여성들은 주체가 되고 결혼과 가정을 욕망해야 한다. 이것은 곧 “남성경제”에서와 마찬가지로 “로맨스 정치·경제”에서도 여성 로맨스 주체는 남성의 욕망에 의해 구분된 위계화된 여성 가치체계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여성 로맨스 주체는 자신을 창녀와 구분하기 위해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 오직 남성 파트너와의 인격적 관계를 욕망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여성 로맨스 주체는 가정을 지킴으로써 자신의 순수성을 증명해야 한다. 이와 달리 로맨스 정치경제에서 남성은 자신의 순수성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근대 자본주의 도시에서 공적인 영역, 시장에 배치된 남성은 노동자이지 창부가 아니다. 따라서 남성은 돈이나 권력 때문에 여성과의 관계를 원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볼 때 로맨스 정치경제는 일방적으로 여성의 위계적 구분을 심화시키는 “남성경제”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이현재, <로맨스 정치경제학>,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220-222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220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