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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해진 연애 메커니즘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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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2013)은 점점 더 세속화되고 복잡해지는 연애의 메커니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집단적 반발감을 자극하는 영화다. 영화 속의 남자주인공 승민은 답답할 정도로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여자의 마음을 짐작하는 최소한의 눈치조차도 없어 보인다. 그런 승민의 모습은 때로 순수해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사랑의 장애물로 작용한다. 대학시절의 승민(이제훈)은 서연(수지)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 데 있어 매순간이 장애물이었다. 건축학개론 수업 시간에 만난 음대생 서연은 피아노를 전공하면서도 아나운서를 꿈꾸고, 승민은 서연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설레는 마음을 누를 길이 없다. 전람회의 노래 <기억의 습작>은 제주도 출신의 서연이 낯설고 각박한 서울생활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다. 승민과 서연을 이어주는 것은 건축학개론 수업의 숙제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동네를 탐험해보라’는 교수님의 숙제가 ‘정릉’에 살고 있는 서연과 승민을 이어주는 사랑의 메신저가 된다. 건축학 개론의 첫 번째 강의, 그것은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이해를 시작하는 것, 이게 바로 건축학개론의 시작이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시작된다. 아직은 서먹한 두 사람이 함께 걷는 정릉 곳곳의 풍경 속에는 골목길의 서정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1990년대를 향한 관객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정릉’은 ‘강북’이라는 장소에 깃든 1990년대 도시인들의 복잡한 감정을 투영한다. 정릉은 서연에겐 흥미롭고 신기한 장소이지만 승민에게는 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부끄러운 장소다. 정릉은 홀로 순대국밥집을 하며 어렵게 아들을 키운 승민 어머니의 신산스런 삶의 기억이 묻어있는 곳이다. 하지만 승민이 처음부터 정릉을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 ‘압서방파’로 불리는 ‘압구정, 서초동, 방배동’ 거주 학생들이 대놓고 ‘강남 키드’의 허영을 과시함으로써 승민의 ‘강북’에 대한 부정적인 정체성이 사후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강남 출신의 서클(방송반) 선배 재욱(유연석)은 자신이 강남에 거주한다는 사실과 부잣집 아들이라는 것을 내세워 서연의 허영심을 자극한다. 재욱은 ‘짝퉁 게스 티셔츠’를 입고 있는 승민을 서연 앞에서 대놓고 조롱하기까지 한다. 강북 소년 승민은 강남 댄디 보이 재욱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위축되지만 서연이 실제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알기에 어떻게든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고자 애쓴다. 재수생 납득이(조정석)의 연애 비결 강의는 더욱 유머러스하게 관객의 향수를 자극한다. 술에 취해 얼근해진 기운으로 남성미를 과시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서연에게 접근하라는 납득의 연애 강의가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승민에게는 도무지 어렵기만 하다. ‘첫 눈 오는 날 만나자’는 말이 왜 사랑고백이냐고 묻는 승민에게 납득이는 이렇게 말할 정도다. “말을 말자. 인수분해도 못하는 놈한테 미적분을 가르치고 있으니.”  
 
정여울, <사랑의 빈곤, 연애의 풍요를 넘어>,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26-128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26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