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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 정현종

구(懼)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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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난다는 표현 자체만 보면 매우 아름다운 비유법처럼 느껴진다. 마치 ‘꽃’이 피어난다든지, ‘사람’의 모습이 아름다운 수채화의 풍경같다는 묘사 정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내용은 정반대이다. 시적 화자의 눈에는 사람이 한 명의 주체로 서서 인간성을 드러내는 어떤 이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모습은 ‘풍경’과 다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난다는 비유가 가능한 것이다. 사람들의 일상적 모습은 하나의 ‘사물’과 같다는 점에서 ‘불안’하기까지 하다. 1970년대 도시화·산업화로 일상적인 삶들이 ‘자본’의 힘 아래에서 찍어낸듯한 삶을 살게 되었다면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이미 그려진 ‘풍경화’와 다름없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문제의식을 느낄 필요도 없다. 단지, 제공되어진 것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문제의식 없이 향유하기만 하면 된다. 결정적으로 그 속에서 사람들은 ‘행복’을 느낀다.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는 역설적인 이 표현은 ‘부정적’인 시대를 시어의 상징을 통해 우회적으로 꼬집어내고 있다.  
정현종, <<환합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김우창, <괴로운 양심의 시대의 시>, <<세계의 문학>>, 민음사,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