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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세의 희탄(欷嘆)>

구(懼)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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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피 묻은 동굴 속으로, 아- 밑 없는 그 동굴 속으로, 끝도 모르고, 끝도 모르고, 나는 꺼꾸러지련다. 나는 파묻히련다. 가을의 병든 미풍의 품에다, 아- 꿈꾸는 미풍의 품에다, 낮도 모르고, 밤도 모르고, 나는 술 취한 집을 세우련다. 나는 속 아픈 웃음을 빚으련다. 
이 시는 이상화가 1922년 1월 <백조> 창간호에 발표한 <말세의 희탄> 전문이다. 이 시는 일어나서 살아가는 자세를 유지할 수 없어 피 묻은 동굴이라고 한 낮고 좁고 험악한 곳으로 꺼꾸러진다 하고, 가을의 병든 미풍에다 실어 취한 노래를 부르고, 속 아픈 웃음을 웃는다고 했다. 비탄하고 자학하는 자세를 나타내 적대적인 세계와의 대립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불안과 두려움을 암시하고, 시가 고민을 하소연하는 위안물이라는 지론을 내보였다. 교환가치에 따른 평가에서 소외되어 좌절을 겪으면서, 일제의 식민지 통치 때문에 빚어진 고통을 다른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느끼면서 괴로워한 사람이 시인이다. 문제를 덮어두지 않고 비탄, 절망, 허무의 노래를 불러야 자아 인식의 거점을 찾고 감각을 잃은 사람들을 일깨울 수 있다. 
조동일, [한국문학통사5:근대문학 제1기], 지식산업사, 2005, 76~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