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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을 버리자>

구(懼)
부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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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버리자, 내 힘으론 못 구할 것을. 아아, 차라리 버리고 갈까? 못한다! 네 힘껏은 해보렴. 죽기까지는 네 의무인 것을. 그러나 여보, 이 백성을 어이 한단 말이요? 헛것만 좇는 것을. 갈거나, 갈까? 조선이 안 보이는 곳에 가서, 울고 잊고 세상을 마칠거나. 
이 시는 이광수가 1929년에 주요한, 김동환과 함께 낸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에 실은 작품이다. 이광수는 신체시를 만드는 데 한몫 단단히 하더니, 근대시가 이루어진 다음에도 신체시 시절의 의식을 버리지 않았다. 이처럼 현실 위의 지도자로 자처하는 시인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지만 실제로는 전혀 무력하다. 내려다보이는 백성들을 상대로 개화를 역설하고, 민족개조를 한다면서 장황한 논설을 편 것이 우월감을 확인하는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는 아무 소용이 없어 공허한 말이 되고 마는 책임을 교화의 대상에게 전가하면 우월감이 더 커진다. 신념을 잃은 식민지 소년으로 자라나다가 일본 유학을 잠시 하면서 더욱 깊이 지닌 열등의식을 미개한 민족에 대한 우월감으로 바꾸어놓았다. 시는 자탄의 노래이기만 하고, 내려다보이는 사람들과 함께 공감을 나누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조동일, [한국문학통사5:근대문학 제1기], 지식산업사, 2005, 75~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