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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석영, [손님]

구(懼)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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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뭇가뭇 잠에 끌려갔다가 아마도 구급차의 비상경적 소리와 껌벅이는 붉은 비상등 불빛에 설핏 잠이 깬 듯 싶었다. 침대 발치께에 웬 사람들이 둘러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궁둥이까지 흘러내려온 아기를 연신 추슬러 올리며 짧은 저고리 끝으로 축 늘어진 젖 한쪽을 늘 내놓고 다니던 중손이 아낙네도 있고, 동네 어귀의 가겟집 안채에서 하숙하던 소학교 여선생도 있고 인민군복을 입은 단발머리의 깽깽이쟁이도 있고, 명선이네 자잘한 여섯명의 딸자식들도 있고. … 어쨌든 여자들만 울레줄레 서 있었다. 창을 등지고들 있어서 어둠 때문에 얼굴은 알아볼 수가 없어야 하는데도 나는 어쩐지 그들을 대번에 알아보았다. 나도 모르게 웅얼웅얼 말이 새어나왔다.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으로 말한다, 사탄아 물러가라!  
황석영의 [손님] 초반부에서 주인공 요한이 과거 한국전쟁 시기 신천에서 일어난 학살에서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유령들, ‘뜬 것’들을 만나는 대목이다. 그들을 만나는 것은 두려운 것이지만, 동시에 그들과 진정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과거와 화해할 수 없으며, 또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는 것이 소설가의 메시지이다.  
황석영, [손님], 창비(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