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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슈비츠의 부끄러움 02

구(懼)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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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대신에 살아남았기 때문에 부끄러운가? 특히, 나보다 더 관대하고, 더 섬세하고, 더 현명하고, 더 쓸모 있고, 더 자격 있는 사람 대신에?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래서 자신을 찬찬히 검토하고, 자신의 기억들을 모두 되살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또 그 기억들 중 무엇도 가면을 쓰고 있거나 위장하고 있지 않기를 바라면서 스스로를 점검해본다. 그런데 아니다. 명백한 범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한다. 누구의 자리를 빼앗은 적도 없고, 누구를 구타한 적도 없으며(그럴 힘이라도 있었겠는가?), 어떤 임무를 받아들인 적도 없고(맡겨지지도 않았지만), 그 누구의 빵을 훔친 적도 없다. 그럼에도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레비의 저서,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들에 실린 「부끄러움」이라는 논고의 일부이다. 레비의 증언은 전쟁에서 살아남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어떤 감정의 일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살아남은 것으로서의 부끄러움”이자, “인간이라는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프리모 레비,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이소영 옮김, 돌베개(2014)  
이영진, “오월의 마음을 찾아서: 80년 오월 이후 한국 사회의 ‘부끄러움’의 계보학,” 2015년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학회 발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