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시 반 정도 되니까 사방 군데서 막 총소리가 다 들리잖아요. 그라고 상황이 점점 암울해져가요. 아예, 끝나부렀다, 인생 끝나. 끝나는 걸로 마무리가 되가. 그래갖고 나와 가지고 전일빌딩을 돌아서 고개를 숙이고 꼭 도둑놈 도둑질 하러 가는 듯이 엎져[엎드려]갖고 도청 앞까지 가죠. 가가지고 이제 내가 세 번째 줄을 섰어. 한 명 두 명 딱 내 차례가 됐는데 우리 윤상원 열사가 떡 버티고 있는 것이, 아까 말씀 드렸지만. ‘총 쏠 수 있냐?’ ‘뭔 소리 하고 있어. 총 못 쏘는 사람이 어디가 있다요, (방아쇠를) 땡기믄[당기면] 나간디, 진짜. 주쇼.’ 긍께 안줘요 진짜. ‘아, 왜 그요?’ 내가 제일 마지막에 총을 가지러 갔다면은 아마 한참을 더 실갱이[실랑이]를 했을 것이야. 근데 내 뒤로 또 한 열 대명 있고 하니까 본인도 난감하지. 이걸 줘야 되냐, 말아야 되냐 이거. 그런 인간적인 갈등 하는 모습들이 순간 얼마 안 되지만은 나는 느낄 수가 있잖아요. 형님의 눈빛하며 얼굴 표정들이. 그래서 내가 정확히 말씀드리면은, 아! 여기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더 진지하고 더 심각해지기 전에 내 특유의 장난기가 발동됐죠. ‘주쇼, 이 양반아. 걱정 하지 말고 줘라. 안 죽을랑께. 성이나 조심하쇼. 아, 성이나 조심해. 나 갈랑께.’ 총을 내가 채서 뺏었어요, 채서. 긍께 시민군 총 사령관이 진짜 개인적인 모든 생각은 접어놔야 되고 오로지 전략적으로만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행동을 해야 돼. 그때 상황에는. 완전 비상 시기니까. 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아주 냉철하신 분이고 평소에. 개인적인 일과 공적인 일은 정확히 나누는 사람이여. 윤상원 열사가. 근디 그 상황이 되니까 총을 못주는 거예요 나한테. 나는 그걸 당연히 느끼죠. 아, 우리 형님이 왜 총을 이렇게 잡고 있는지 다 알잖아요. 그 때쯤 되면은 이제 다 내려 놨어 이제. 비상 걸리고 뭐 여성들 대피 시켜라 하고 총 받아오라 항께 끝나 브렀재. 그 정도 되면은 다 포기여. … 그래서 더 기억이 나. 표정이 아직도 생각이 나죠. 30년이 넘었어도.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원래 그 눈이 큰 편이에요. 적은 편이 아니야. 거기다가 딱 힘주면 아주 눈에서 불이 막 훨~ 타오르는. 이 멘트가 뭔 그 분을 미화시키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근다니까. 딱 일이 있을 때 눈을 마주치면 웬만한 사람들은 기가 죽을 수밖에 없어. 화르르 타오르는 그런 느낌 있잖아요. 그런 눈의 느낌 속에서 ‘왐마 이놈은 군대도 안 갔고 나이도 어린놈이 죽으믄 안 된디.’ 이런 생각 때문에 총을 주거니 받거니 할 때 그 표정이나 눈빛의 변화가 어땠겠어? 캄캄한 밤중이지만. 나 지금도 기억이 나. 그 눈이. 캄캄한 밤중이라도 눈빛은 다 보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