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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할 수 없는 것조차 절망하지 말고 中 1 - 정현종

구(懼)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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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더 이상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존재하기를 그쳤다. 물질과 허깨비만이 왔다갔다한다. 보이지 않는 공포와 가장 강력한 경멸의 뒤범벅을 우리는 오늘날 삶이라고 부른다. 게다가 그 공포와 경멸을 더 많이 차지하겠다고 사람들은 경쟁적으로 싸우고 있다. 하하. 그러니 그 삶이라는 것에 손이 닿자마자 손은 썩기 시작하고 그 삶이라는 것 속에 발을 들이밀자마자 발은 썩어버린다. 그 문드러진 팔다리로 나는 힘차게(!) 걸어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거짓과 타협을 우리는 오늘날 삶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더 많은 거짓을 차지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경쟁적으로 싸우고 있다. 술보다 더 지독한 마약이 필요하다.  
인간의 존재에 대한 ‘불안’한 고민이 직설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간은 자체로 존재할 수 없는 하나의 사물이자 허깨비이다. 그게 곧 삶이 되어버렸다는 진술은 ‘더 많이 차지하겠다’는 역설적이고도 ‘경쟁적’인 ‘싸움’에서 더욱 극적이다. 시적 화자의 진술뿐만 아니라 ‘하하’라는 웃음은 조소로서 시 자체에서 ‘부정적’인 현실을 비웃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사물’이자 ‘허깨비’인 점에서 ‘나’조차도 다를 바 없다. 산업화 사회에 인간은, 물질과 허깨비가 엮어낸 거짓인 소산물을 얻고자 싸운다. 시적화자는 존재 자체가 아니라 하나의 ‘물질’이자 ‘허깨비’가 되는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정현종, <<나는 별 아저씨>>, 문학과지성사, 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