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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슈비츠의 부끄러움 01

구(懼)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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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인사를 하지도, 미소를 짓지도 않았다. 음울한 광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고 입을 봉해버리는, 감히 무어라 할 수 없는 혼란스런 감정이 동정심과 더불어 그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바로 그 부끄러움이었다. 가스실로 보내질 인원 선발이 끝난 뒤, 그리고 매번 모욕을 당하거나 당하는 자리에 있어야 했을 때마다 우리를 가라앉게 만들던 그 부끄러움, 독일인들은 모르던 부끄러움, 타인들이 저지른 잘못 앞에서 올바른 자가 느끼는 부끄러움, 그런 잘못이 존재한다는 것에, 그런 잘못조차 존재하는 이 만물의 세상 속에 돌이킬 수 없이 자신이 끌어들여졌다는 것에, 그리고 자신의 선한 의지는 아무 것도 아니거나 턱없이 부족하고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는 것에 가책을 느끼게 만드는 바로 그 부끄러움이었다.(Levy, 2010: 19-20)  
프리모 레비의 자전적 소설, [휴전]에 실린 한 대목이다. 독일의 패전이 임박할 무렵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찾아온 소련군 정찰병들이 수용소에 수감된 유태인들을 보면서 느꼈던 부끄러움을 표현하고 있다.  
프리모 레비, [휴전], 이소영 옮김, 돌베개(2010)  
이영진, “오월의 마음을 찾아서: 80년 오월 이후 한국 사회의 ‘부끄러움’의 계보학,” 2015년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학회 발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