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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유주의 사회와 자기계발의 논리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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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이 연출하는 이러한 눈물의 제의는 크고 작은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마무리된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그려지는 성공한 일반인의 모습은 신자유주의적 경제 현실에서 강조되는 ‘경쟁력 있는 개인’의 모습과 중첩된다. 사실상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하의 사회적 갈등을 지구상의 그 어떤 지역보다 첨예하게 겪고 있었던 영국에서 슈스케류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이 착상되고 세계적으로 전파되었다는 점은 우연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1990년대 이후, 특히 1997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자의반 타의반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를 수용한 이래 무한경쟁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최근 슈스케를 포함하여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국의 문화산업 일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대중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토대적 이유를 헤아려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식기반 경제’, 나아가 ‘신지식인’ 따위의 용어들은 199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현실에서 요구되었던바 ‘자기계발하는 주체’를 표상하기 위해 동원된 수사들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아침형 인간>>과 같은 자기계발서의 유행이 본격화된 것 역시 이러한 후기 근대의 기업형 자아, 곧 자기계발하는 주체의 형성을 나타낸다. 한때 심형래로 상징되기도 했던 우상파괴적 ‘신지식인’, 혹은 새로운 경제적 주체의 형성 과정에서 엘리트와 일반인의 경계는 흐려졌다. 하지만, 이 점이 곧바로 경제적 민주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성공 가능성이 확대된 것도 아니며, 단지 성공과 실패의 책임이 국가와 공동체 혹은 엘리트로부터 평범한 개인들 각자에게로 이동했을 뿐이다. 다양한 리얼리티 프로그램들 가운데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러한 후기 근대의 새로운 주체형성과 관련된 이데올로기적 구도를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슈스케4의 경우 200만이 넘는 지원자 가운데 생방송 경연 본선 진출자는 단 12팀, 참가자수 19명으로, 본선진출자 총수로 따져도 그 성공확률은 0.00001%에도 못 미친다. 이는 현실적 성공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사실상 무의미한 수치다. 이렇듯 로또 복권 당첨 확률에 가까운 성공의 열매를 획득한 허각, 울랄라세션 등의 일반인의 특성을 갖춘 유명인의 등장은 실제 참가자나 시청자 모두로 하여금 현실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인식과는 무관한 새로운 형태의 현실 판단을 이끌어내며, 사실상 그러한 현실을 재구성한다. 그것은 정서적인 층위에서,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도 이른바 ‘긍정의 힘’으로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경쟁력을 쌓아간다면 자신이 바라는 물질적 보상이나 행복한 삶을 얻어낼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적 논리를 심어준다. 요컨대, 리얼리티 프로그램, 특히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불확실성과 상충하는 과제들로 가득한 환경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감정의 기술, 조율과 인정을 가르치는 기술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공조할 수 있는 감정 기술”(에바 일루즈, 김정아 옮김, <<감정 자본주의>>)이 총동원되어 펼쳐지는 자기정체성 탐구 과정이자 축제인 것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그토록 자주 연출되는 눈물의 스펙타클은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통과의례에서 요구되는 혹독한 자기파괴 의식(儀式)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이 의식을 주제(主祭)하는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도전이 없다면 기회도 없다. 열정이 없다면 꿈을 이룰 수 없다. 세상을 원망해도 환경을 탓해도 소용없다. 실력이 부족하고 용기가 모자란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조영수·김성한, <<스타 오디션 30초의 승부>>) 
 
최유준, <눈물의 교환가치>,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33-235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233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