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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과 기쁨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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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과 달리 스피노자는 신체에 대해 정신이 우월하다거나, 이성이 신체나 정서를 지배한다는 생각을 거부했다. 그가 “마음은 육체의 관념이다.”라고 한 말은 뒤에 “삶이 의식을 결정하지, 의식이 삶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선구로 지목되었다. 스피노자는 인간은 자연 속의 다른 개체와 분리된 독립적인 실체가 아니라, 무한한 다른 사물들과의 관계의 집합체로서 그 상태는 끝없이 변화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변화에 의해 자신의 신체도 변화되는 것의 지각을 스피노자는 기쁨과 슬픔의 정서라고 하고, 인간의 연구는 이성이 아닌 정서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는 것이었다. 인간은 어떤 대상에게 기쁨을 느끼면 그것을 사랑하게 되고, 반면 슬픔을 느끼면 증오하게 되며, 이러한 정서로부터 무엇을 하려는 의지인 욕망이 생긴다고 보았다. 스피노자는 이러한 개개인의 욕망과 정서는 다양할 수밖에 없고 그 일치란 매우 어려운데도 인간은 타인에게 자신과 동일하기를 욕구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자연스러운 일치가 아니라 상상에 의한 일치일 뿐인데도, 자신과 다른 타인의 고유성을 억압하며 증오와 원한을 갖게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정서나 욕망이 아닌 이성이 필요해진다. 그러나 스피노자가 말하는 이성은 자신에게 참으로 이익이 되는 것을 추구하고 인간을 진실로 더 큰 완전성으로 이끌어주는 것이지, 정서나 욕망과 구별되는 절대적인 힘이 아니었다. 즉 개인간의 대립과 차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서로 관용하는 공통의 통념이 이성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정서를 기쁨과 슬픔이라고 본 스피노자는 슬픔이 신체의 능력을 감소시키는 반면 기쁨은 신체의 능력을 증대시킨다고 대비한 뒤 우리는 슬픔을 싫어하고 기쁨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어 기쁨의 공동체를 참된 공동체라고 본 반면 슬픔의 공동체는 거짓 공동체라고 했다. 이는 기쁨의 공동체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무지, 환상과 혼돈의 허위의식이 낳은 허위의 공동체가 슬픔의 공동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허위의식을 폭로하여 기쁨의 공동체로 나아가야 하지만 그 폭로에는 한계가 있어서 그런 폭로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곧잘 허위의식에 젖어 오랫동안 슬픈 공동체에서 살게 된다고 한다. 즉 허위의식에 병든 공동체라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슬픔은 우리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물신주의, 국가주의 등의 온갖 허위의식에 병들었다는 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의 공동체가 기쁨 또는 슬픔의 그것만일 수는 없다. 슬픔은 기쁨과 반대되는 것이지만 슬픔과 기쁨을 구별하면서도 슬픔이 기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슬픔은 인간의 본질이고 인간이 되돌아갈 어떤 근원의 상태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퍼서 기쁘다,’ 또는 ‘슬퍼야 기쁘다,’ ‘슬퍼보아야 기쁨을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성립할지도 모른다. 그런 탓에 브라우닝이 슬픔을 오해된 기쁨이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마치 지브란이 다음과 같이 말하듯이 말이다. 그대들의 기쁨이란 가면을 벗은 그대들의 슬픔. 그대들의 웃음이 떠오르는 바로 그 샘이 때로는 그대들의 눈물로 채워진다. 그러니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대들의 존재 내부로 슬픔이 깊이 파고들면 들수록 그대들의 기쁨은 더욱 커지리라.… 그대들 기쁠 때 가슴속 깊이 들여다보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 그대들에게 기쁨을 주었던 바로 그것이 그대들에게 슬픔을 주었음을. 그대들 슬플 때에도 가슴속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라. 그러면 그대들, 그대들에게 기쁨을 주었던 바로 그것 때문에 이제 울고 있음을 알게 되리라. (칼릴 지브란, 강은교 옮김, <<예언자>>) 사실 슬픔과 기쁨은 우리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중에 서로로 변하는 것,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슬퍼도 그것에 지고 말든가 그것에 익숙해지고 결국은 슬픔을 잊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슬프지도 마냥 기쁘지도 않다. 아마도 그런 마음의 변화가 싫어서 3년상이니 뭐니 하는 의례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1년상은 커녕 3일장도 오로지 슬픔만으로 지내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박홍규, <슬픔의 공동체>,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18-220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218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