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강렬하고 근원적인 상실이다. 죽음의 이야기는 일차적으로 인간 존재의 무력함과 슬픔의 표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슬픔의 표현을 넘어, 인간으로서 피해갈 수 없는 상실을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한 욕망에 기인한다. 이 욕망과 더불어 죽음은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는 끝이 아니라, 죽음이 있기 전에는 미처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이 글은 최근의 한국 영화와 소설에서 등장한 죽음의 세 가지 풍경을 돌아보면서 우리 시대 죽음의 표상을 살펴보려 한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살아있는 사람들의 관계가 얽혀있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죽음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삶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류도향, 강애경, 정유미, <죽음의 세 가지 풍경>,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77-1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