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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극복할 수 없는 두려움

애(哀)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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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이나 추사 김정희의 경우와는 달리 저 먼 이전의 시대를 살았던 신라의 승려 월명사는 「제망매가」에서 죽은 누이와의 재회를 기약한다. 종교인이었던 그에게 있어 죽음은 삶과 연결된 일종의 통과의례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의 삶은 현실과 내세를 아우른다. 이미 죽은 누이이지만 죽은 누이와의 만남이 곧 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승려인 월명사에게 삶과 죽음은 그저 자연 현상에 불과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종교적 힘에 의해 얼마든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작품에서 그는 표면적으로는 누이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충분히 극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생사의 길은 여기 있음에 머뭇거리다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갔다는 말인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서도 가는 곳 모르겠구나 아아 미타찰에서 만날 나 도 닦으며 기다리련다. (「제망매가」) 그러나 이 노래를 좀 더 들여다보면 월명사는 종교인답지 않게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머뭇거리다’, ‘못다 이르고 갔다’ 등의 시어가 비록 누이의 죽음을 형상화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누이의 죽음을 대하는 자신의 형상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구의 ‘나는’이 그 증거가 된다. ‘간다는 말’을 한 사람이 누이가 아닌 바로 자신인 ‘나’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죽은 누이와 자신은 대체된다. 추사의 경우처럼 ‘바꾸어 죽을 수만 있다면’이라고 해석해도 좋지 않을까. 
 
조태성, <죽음, 그 시공의 초월적 변주>,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71-172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171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