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표현할 수 없어 더욱 슬픈 사랑

애(哀)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이제 조선시대로 가보자. 우선 “유가에서는 죽음을 운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살고 죽는 것은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운명에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에 순응하는 것, 더 나아가서는 운명에 도전하는 것이 유가의 세계관이다. 생과 사, 부와 귀는 어쩔 수 없지만 그것에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 세계에 나온 이상 사명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도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남도 도덕적으로 교화를 시키고, 그렇게 함으로써 도덕적인 사회와 국가를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공자의 사명이고, 유학자의 사명인 것이다.”(조남호, <<한국인의 생사관>>)라는 언급이 주목된다. 그런 이유에서라면, 즉 유학자로서의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면 조선의 사대부들에게 감정의 표현은 일종의 사치였을지도 모른다. 감정은 다분히 사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이라는 감정은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그런 감정이 있다 한들 쉽게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슬픔’은 조금 다르다. 특히 ‘죽음’과 관련된 슬픔은 그 이면의 사랑의 감정을 다 표현하지 못한 만큼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수많은 만시(輓詩)의 존재가 이를 반증한다. 다음은 추사 김정희의 만시이다. 월하노인에게 기대 저승에 하소연하여 다음 생엔 우리 부부 바꾸어 태어나리 나 죽고 그댄 살아 천리 밖에서 그대로 하여금 이 슬픔 알게 하리라. (「유배지에서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며」) 만시란 죽은 사람을 애도하기 위해 지은 시를 말한다. 이 가운데 죽은 부인을 애도하는 시를 일러 특히 ‘도망시’라고 한다. 그런 유의 작품 중 이 시는 1842년 12월 13일에 제주도에서 유배 중이던 추사가 그 부인의 죽음을 전해 듣고서 지은 작품으로, 우리 도망시의 백미라고 일컬어지곤 한다.  
 
조태성, <죽음, 그 시공의 초월적 변주>,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63-165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163쪽.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