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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약 없는 재회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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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는 결국 미래지향적이다. 그러나 죽음에는 미래가 없다. 죽는 순간 그것은 곧 ‘과거’가 된다. 그런 까닭에 죽음 앞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재회를 언급하는 것은 시공을 초월한 사랑의 변주를 믿는 까닭일 것이다. 견우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께 나눠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남아 밭갈고 씨뿌리고 땀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견우직녀’를 등장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재회, 즉 다시 만나자는 미래를 기약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비록 죽음으로 인하여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할지라도,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 /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할지라도 그것 자체가 재회를 의미하지는 않는 것이다. 지금 화자와 함께 하는 존재는 아내가 아니라 아내의 죽음이다. 그리고 그런 아내의 죽음조차 자신이 떠나는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해 “살아생전 가난으로 고생만 했던 아내를 저 세상으로 보낼 때 남편의 마음은 아내에 대한 온갖 회오(悔悟)와 함께 물질적으로 잘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까지 느꼈을 것이다. 더구나 아내를 묻은 날이 공교롭게도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 번 만난다는 칠월 칠석 날이라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시적 화자에게 더 큰 슬픔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김명천, 「도종환 시 연구」)는 해석이 가능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아픔과 슬픔을 화자는 자신이 설정한 함께 하는 여행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것이다.  
 
조태성, <죽음, 그 시공의 초월적 변주>,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62-163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162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