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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이별’이라는 메시지

애(哀)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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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은 아내의 죽음을 앞에 두고 쓴 삶에 대한 일종의 전언이다. 아내의 죽음을 준비하면서 나아가 그런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이제 자신의 희생으로 생겨날 수 있는 새로운 삶이 있다면 그것이 굳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기꺼이 그런 삶을 살겠노라는 경건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이 시에는 내세를 기약하지는 않지만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그래서 또 다른 삶을 기약하려는 그런 마음도 더불어 표현되어 있음이다.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중략)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뭄뚱어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접시꽃 당신」 부분) 화자는 이 작품에서 아내와의 이별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죽음이 두 육신을 갈라놓을 수는 있을 지라도 그것이 영원한 이별을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언제든 화자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음을 스스로 다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재회에 대한 기약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재회라는 단어의 의미조차 지워버리고자 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화자는 아내에게 절절한 심정으로 힘든 고백을 쏟아 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태성, <죽음, 그 시공의 초월적 변주>,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57-159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157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