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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도 없는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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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도 이미 메말라 버린 듯 나오지 않고 통곡 소리도 내지 못하고 꺽꺽 외마디 소리만을 내는 노인의 울음이 있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김경주의 <메마른 눈물>은 얼굴에 온통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가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울음을 참고 있는 모습을 그린 유화작품이다. 주름진 얼굴과 손만이 그려져 있지만 늙은 어머니의 슬픔이 온 몸으로 전해져 온다. 울음을 참는 그의 고통은 주변으로 번져 얼굴 좌우가 흐려져 있고 바탕도 얼굴처럼 주름져 있다. 이 작품에서 가슴이 미어질 것 같은 노모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은 작가가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서 만난 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이를 그림으로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몇 년이 지나 구 묘역에서 신 묘역으로 이장을 할 때 본 아들은 총상을 입어 유골마저 성치 않았다. 그 날의 상처가 되살아나 자식을 가슴에 묻은 노파의 울음을 작가는 눈물도 소리도 낼 수 없는 먹먹함으로 표현하였다. 김경주는 외마디 울음을 울던 그 노파를 주인공으로 그린 다른 작품 <눈물의 뿌리>에서 “눈물도 소리도 없는 울음 앞에서 당신 자식의 죽음이 거름이 되어 자유의 뿌리가 자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김경주, <<화창한 날의 상처>>) 그 어떤 위대한 이름이 자식의 죽음과 바꿀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80년 5월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한동안 쉬쉬하면서 행여 이 사실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하였다. 희생자들은 ‘폭도’로 몰렸고 남은 그 가족들은 슬픔을 뒤로 한 채 후환이 두려워 이 사실을 덮었다. 또 어느 경우에는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때문에도 피해 사실을 숨기기도 했다. 이래저래 마음 놓고 울 수도 없는 현실이었다.  
 
이선옥, <눈물로 그린 그림>,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50-151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150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