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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의 슬픔

애(哀)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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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통해하는 여인의 모습은 오월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 일수도 있고, 남편을 잃은 아내일 수도, 또 다른 가족을 잃은 누이나 동생 일수도 있다. 어머니 혹은 여성은 사회적 약자로서 피해를 당한 비통함을 전달하기에 가장 적절한 인물이다. 80년 광주의 진실은 외신기자들에 의해 국내보다도 전 세계로 먼저 퍼져 나갔다. 5·18항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NHK 비디오’와 ‘독일비디오’는 국내외에 커다란 반향을 가져왔다. 일본인 작가 토미야마 타에코(富山 妙子)는 80년 당시 광주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이 사건을 세계에 호소하고자 <스러진 사람들을 위한 기도>라는 제목으로 일련의 판화작품을 제작하였다. <독재자>와 <계엄군>과 함께 시민들이 참여하여 광주를 지키는 <자유광주>, 학살되고 붙잡힌 사람들을 담은 <학살>, 죽은 아들의 시신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광주의 피에타> 등을 통해 광주의 참상을 알렸다. 그 중에서도 <광주의 피에타>는 죽은 자식을 무릎에 눕히고 망연히 굵은 눈물 한 방울을 흘리는 어머니를 죽은 예수의 몸을 떠받치고 비탄에 잠긴 성모 마리아의 모습에 비유한 작품이다. 수 천 년 시간과 공간의 간극이 있지만 자식의 죽음을 대하는 어머니의 슬픔은 동일한 것으로 본 것이다. 또한 5·18 희생자들의 죽음을 예수의 죽음처럼 인류의 평화를 위해 대속하는 거룩한 죽음으로 승화시켰다. <광주의 피에타>의 오른쪽 두 팔을 들고 오열하는 어머니는 독립적인 다른 작품 <광주의 어머니>로도 제작되었고, <광주의 레퀴엠>에서도 슬픔에 떨고 있는 어머니들을 테마로 하였다. 김진수, <아들을 만나고>, 1988년 5월 광주의 슬픔은 국내에서도 여러 미술단체와 대학 미술패 등에 의해 목판화와 걸개그림 등으로 제작되면서 점차 ‘오월 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어갔다. 5월의 더운 피가 되살아나기를 바라며 새로운 출발을 다지는 전시회도 열렸다. 광주 오월을 형상화한 많은 작품들 중 김진수의 <아들을 만나고>에서 어머니는 고무신도 벗어 던지고 지팡이에 겨우 몸을 의지한 채 괴로운 울음을 삼키고 있다. 아들의 무덤에 다녀온 어머니는 무덤가에 자란 들꽃 한 줌을 아들의 육신인양 움켜쥐고 죽어서나마 자유롭게 떠가라는 듯 물가에 뿌린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밤이 되도록 온종일 그 자리에 그렇게 앉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늘엔 죽음을 암시하는 초승달이 떠 있다. 홍성담, <어머니>, 1985년 먼저 간 아들을 보내는 일련의 작품들과 달리 홍성담의 <어머니>는 그런 자식의 죽음을 뻔히 알면서도 보내야하는 안타까운 이별의 순간을 묘사한 작품이다. 조기(弔旗)가 게양된 80년 5월 도청 앞에서 아들과 어머니의 안타까운 눈물의 이별 장면이다. 시민군에 참여한 총을 맨 아들과 그를 붙잡고 애원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중심을 이룬다. 키가 아들의 가슴 정도밖에 안 되는 가녀린 어머니는 다가오는 앞날을 예감한 듯 눈을 질끈 감고 아들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놓질 못한다. 아들은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등 뒤에서 치솟는 불길은 그의 발길을 재촉한다. 늙은 어머니는 등은 굽어있고 두려움에 떨리듯 옷 주름 선도 끊어질 듯 이어지게 표현되어있다. 이들 주변에 반복적으로 그어진 가는 선은 이들의 불안한 심정을 대신하고 있다.  
 
이선옥, <눈물로 그린 그림>,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46-148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146페이지    E-BOOK 바로가기